김현철 Best + 총각파티
김현철 / 2000.07.08 발매
지금에 와서는 흔하디 흔한 일이 되어 버렸지만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1989년만 하더라도 체 스무 살도 안 된 애송이가 싱어 송 라이터라며 명함 내밀고 <동아기획>을 등에 업어 솔로 앨범 [오랜만에]를 내 놓은 일은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사건이었다.
뽀사시한 피부와 고집스런 얼굴 생김을 드러내 보였던 이 젊은 친구는 국내 막 불어오기 시작했던 퓨전 재즈의 붐에 편승해 어렵지 않게 실력파 뮤지션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특이한 음색과 어눌한 발음의 보컬은 나름의 매력은 되었지만 보컬리스트로써의 인센티브(incentive)로 평가받기엔 조금 부족한 것이었고 그의 진정한 면모는 주로 연주곡 트랙에서 드러났다.
2집 [32°C 여름](1992년)과 이듬해 발표한 [횡계에서 돌아오는 저녁]을 통해 그를 지지한 수많은 대학생 팬들에게서 거리를 두는가 싶더니 4집 WHO STEPPED ON IT? 이후로 소위 티 스퀘어(T Square) 식 퓨전 재즈 사운드라 불리는 음악 스타일에 근접한 대중적인 사운드에 편승하는 모습을 보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의 후반기 작품들이 드러내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주위에서 흔히 접할 법한 구어체의 가사 말’이다, 그가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소녀들로부터 크게 사랑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되기도 한다.
지난 1995년 이미 디지 팩으로 꾸며진 베스트 앨범을 발표한 바 있지만 이번 것은 그때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김현철 자신이 가장 능하고 또 자신 있어 하는 부분인 편곡과 연주에 몰두함으로 27트랙의 수록곡 가운데 기존 발표 곡인 24트랙이 전혀 새로운 창작물 인양 쿨(cool)한 필의 고급스런 연주로 포장되어 있다. 신곡 가운데 이소라와 같은 낯선 사람들 출신으로 새삼 뒤늦게 각광받고 있는 차은주와 듀엣으로 부른 ‘그대니까요’가 많은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