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마록
이동준 / 1998.01.01 발매
THE SOUL GUARDIANS(퇴마록)지금으로부터 5년전. 그러니까 1993년 7월 20일부터 PC 통신인 하이텔에 연재되기 시작한 소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소설을 읽기 위해 평균 조회 건수 4천회를 넘는 열혈 팬들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사상 유례없는 이 매니어들의 열기로 영화계는 군침을 삼켰고, 그로부터 5년 후 소설은 영화로 재탄생됐다. 기본적인 등장 인물과 주된 테마만을 덩그러니 남겨둔 채 거의 모든 것이 새롭게 수정된 채로. 그렇듯 제작 초기부터 화제의 도마선상에서 관심의 초점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 영화 <퇴마록>은, 제작비 조달과 국가적 경제 불황까지 겹쳐 2년여의 난항 끝에 비로소 관객의 심판을 받게 됐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대문짝 만한 문구가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여태껏 제대로 된 블록버스터를 만나보지 못한 탓이고, 그만큼 ‘한국형’이라는 수식어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과 같은 특수효과를 사용한 화려한 영상과 숨막히는 액션, 그리고 <엑소시스트(Exocist)>, <오멘(Omen)>과 같은 오컬트 영화의 전형을 잇는 공포 영화의 장르에 애절한 러브 스토리까지 첨가해 놓았으니, 그야말로 장르의 바다를 건너야만 이 영화가 제대로 보일 것 같다. 물론 최근 <조용한 가족>과 <여고 괴담>이 연달아서 장외 홈런을 날린 현실이지만, 우리 영화계로서는 새로운 시도이고 도전이다. 새로움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모험 정신만으로 박수받긴 이르지만, 위압적인 스펙터클과 특수 효과로 무장된 새로운 영상을 보는 즐거움은 크다. 바로 그 영화 <퇴마록>이 말 그대로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전형을 만들지, 그리고 광고 문구처럼 한국 영화의 신기원을 열지는 지금은 두고 봐야 하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안성기, 신현준, 추상미라는 걸출한 스타 군단과 신예 박광춘 감독의 신선함이 더해진 거대 프로젝트라서 그런가? 아니면 블록버스터 영화라서 음악도 덩달아 방대해진 탓일까? 이 <퇴마록>의 사운드트랙은 우여곡절 끝에 두 장의 음반으로 발매됐다.우선 전편을 애닯게, 그러면서도 긴장감 넘치게 조율한 이동준의 영화음악과 비장함을 부추기는 클래식 합창으로 포진된 스코어 앨범이 그 첫번째이고, 영화 속에 삽입된 두 곡의 팝을 비롯 여배우 추상미의 노래 실력을 감상할 수 있는 듀엣 곡까지 팝과 가요로 도배한 사운드트랙 앨범이 바로 두번째 것. 그런만큼 여기서는 영화의 진짜 사운드트랙이 어떤 것이냐 하는 진위 여부보다는 두 앨범의 장단점을 서로 비교해보면서 우리 영화음악의 내일을 점쳐보자.우선 THE ORIGINAL MOTION PICTURE SCORE ALBUM부터. 한 마디로 이 사운드트랙은 ’96년 6월, 영화 <은행나무 침대>가 칸느 영화제에 출품됐을 때 미국 연예오락 전문지인 <버라이어티(Variety)>로부터 ‘바실 폴리두리스(Basil Polidouris)와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를 합쳐놓은 듯하다’라는 영광스러운 찬사를 받은 우리나라의 몇 안되는 신세대 작곡가 이동준의 실험정신과 도전을 엿볼 수 있는 그의 새로운 영화음악 앨범이다. 특히 이번 앨범에선 그레고리안 성가와 색다른 보이스를 사용해서 종교적인 경건함은 물론 음울한 분위기가 배어나오도록 애썼는데, 그것은 영화가 지니고 있는 세기말적 느낌과 부합되는 무척이나 색다른 시도다. 특히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은행나무 침대>에서 느낄 수 있었던 동양적인 시정보다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이미지에 부합되는 무척이나 스펙터클한 사운드로 승부수를 건네고 있는 것이 이전과 달라진 점. 22인조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이용해서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로 영화 전편에 긴장감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물론, 영화의 엔딩 장면에 쓰였던 Farewell my love에선 도입부에 에스닉윈드(Ethnicwind)와 같은 민속악기를 이용한 샘플 사운드로 무척이나 이국적이고도 숭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흡사 <타이타닉(Titanic)>의 테마를 연상시키는 이 신비로운 선율로 퇴마사 현암과 신비한 영적 능력을 소유한승희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승화시키고 있음이 눈길을 끈다. 게다가 향후 ‘세기말’을 컨셉트로 한 테크노 솔로 앨범을 준비중인 그의 비전에 맞게, 곳곳에 테크노의 광폭한 리듬을 가미시켜서 더욱 음울한 속도전을 펼치고 있음도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다. 또 그레고리안 성가를 연상시키는 캐나다 출신의 작곡가 빌 더글라스(Bill Douglas)의 Heaven in a wild flower를 비롯, 퇴마사의 거처가 폭발되는 장면에 쓰이는 모차르트의 ‘레퀴엠(Requiem)>가운데 제 3곡인 ‘독송’ 부분의 제 6부 ‘그의 날과 눈물의 날인저(Lacrimosa)’,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에 악마와의 혈투 직전에 장엄하게 깔리는 성 페테르스부르크 챔버 합창단(St. Petersburg Cha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