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ing Private Ryan OST (라이언 일병 구하기)
John Williams / 1998.07.21 발매
생각해보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작곡가 존 윌리엄스의 협력물이 언제나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다.
74년 [Sugarland Express(슈가랜드 특급)]에서부터 발맞춰 온 24년 동안 언제나 먹구름 끼지 않는 햇빛 쨍쨍한 맑은 날만도 아니었다. 때론 성공도 하고 때론 실패도 했다. 때론 세상에 둘도 없는 나의 반쪽이었다가 때론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으르렁대기도 했다. 그토록 손발이 잘 맞았던 두 사람에게도 가끔은 권태기라는 것이 찾아왔던 것이다. 팀 버튼 감독이 [Ed Wood]에서 대니 앨프만과의 인연을 잠시 끊고 하워드 쇼어와 작업했던 것처럼, 그리고 패트릭 도일이 최근 캐네스 브래너 감독과 세익스피어의 망령에서 자유로워지고 있는 것처럼, 흔히 완벽한 콤비 플레이로 칭송받는 감독과 작곡가의 찰떡궁합 관계도 영원불변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사실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존 윌리엄스만은 언제나 예외라는 것이다. 부부로 따지면 어느덧 은혼식을 치를 만큼 살아온 두 사람에게 있어서 [Saving Private Ryan(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그들의 16번째 출산물이다. [Schindler's List(쉰들러 리스트)]의 영광과 [Lost World(주라기 공원 2)], [아미스타드(Amistad)]의 뼈저린 실패 이후에 찾아온. 그리고 [1941]과 [Empire Of The Sun(태양의 제국)], 그리고 [쉰들러 리스트]에 이어 또 다시 제 2차 세계 대전의 포화 속을 뚫고 들어간 장엄한 행진곡이다. 게다가 이 작품은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윌리엄스, 그리고 그의 동반자인 촬영 감독 야누스 카민스키는 물론, 감독 데뷔작인 [That Thing You Do!] 이후 3년만의 외출인 톰 행크스와 올해 [Good Will Hunting(굿 윌 헌팅)]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떠오르는 신예 맷 데이먼이라는 가장 완벽한 아카데미형(型) 구도 속에서 만들어진 야심작이니 만큼 자나깨나 제 2의 [쉰들러 리스트]를 꿈꾸는 스필버그에게 있어서 전쟁과 휴머니즘은 또다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작가로 도약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발판일런지 모른다. 그렇듯 한명의 일등병을 구하기 위해 8명의 대원들이 죽음을 감수해야 한다는 딜레마 속에서, 그리고 쉼없이 퍼붓는 총탄 세례 속에서 스필버그와 존 윌리엄스가 낮게 변주해내는 휴머니즘의 세계는 확실히 찡한 감동을 전해준다. 특히나 존 윌리엄스는 '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배경으로 한 이 참혹한 전쟁 다큐멘터리를 부각시키기 위해 한 템포 늦춰서 절제의 미학을 선보이고 있다. [쉰들러 리스트]에 이어 또다시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The Boston Symphony Orchestra)와 협연하고 있고, 팀 모리슨(Tim Morrison)과 토마스 롤프스(Thomas Rolfs)의 트럼펫과 구스 세브링(Gus Sebring)의 프렌치 혼 솔로를 적재 적소에 삽입시켜 비장함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 특히나 탱글우드 페스티벌 코러스(Tanglewood Festival Chorus)가 화음을 넣은 비장한 송가인 Hymn to the fallen은 참혹한 전쟁과 전우들의 죽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그만의 체온이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쉰들러 리스트]처럼 슬픔이 울컥울컥 배어나는 애틋한 비가(悲歌)는 끌어내지 않았지만 시각을 압도하는 청각적 사운드는 포기하는 대신 영상에 보조를 맞춰가는 존 윌리스의 행보는 노장의 지혜로 충만하다. 그것이 오스카를 5번이나 낚아 챈, 올해 예순 일곱살의 이 노장 작곡가의 또다른 모험인 셈이다.gmv 1998년 10월 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