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e Than A Woman

Toni Braxton / 2002.11.19 발매

너무나도 많은 흑인 여가수들의 신보가 '그 나물에 그 밥'인 트렌디 R&B/힙 합 비트로 점철된 것에 우려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한창 차트를 석권하고 있는 20대 초・중반의 여가수들에게 지지 않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그저 몸부림에 그치고 마는 경우가 허다했다. 손에 꼽히는 몇몇 작곡가와 프로듀서의 이름을 빌고 그들의 천편일률적인 프로듀스에 의존하다 보니 오히려 그만큼 세대 차만 두드러지고 마는 것이다. 이는 기존 팬들에게도 배신감을 자아낼 뿐. 하지만 조금 관점을 바꾸어 보면, 바로 이런 상황에서 돈으로 산 1위곡 한 둘 믿고 기고만장한 신예들은 감히 따라오지 못할 노련미와 깊이를 가진 보컬이 돋보일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이러한 경력 가수의 선방은 스트리트 힙 합의 생경함을 매혹적인 R&B 보컬로 절묘하게 풀어낸 토니 브랙스턴의 성공 사례를 통해 비로소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을 듯 하다.그녀를 톱 스타로 만든 베이비페이스의 참여를 'And I Love You' 정도에 그치도록 한 대신, 넵튠스, 로드니 저킨스 그리고 전 민트 컨디션의 멤버이자 현재 그녀의 남편이기도 한 케리 루이스를 파트너를 들였다. 그럼에도 그녀의 관능미 만점 중저음 보컬은 여전하다. 리듬을 타고 주무르며 곡을 지배하는 탁월한 리듬감 또한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The Heat] 앨범 이후 심화된 최신 비트와 경향을 추구하는 음악 여정이 비로소 완성을 본 듯 보인다. 'He Wasn't The Man Enough'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넵튠스가 작업한 'Hit The Freeway'의 경우 그녀가 직접 가사를 고쳐 쓸 정도로 큰 애착을 보였고, 덕분에 소화하기 쉽지 않았을 난이도 10의 트랙을 그녀답게 해석해 냈다. 싱글 차트 하위권에 머물고 있음이 아쉽지만, 그녀를 슬픈 노래만 즐겨 부르는 발라드 가수로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그녀의 새로운 면모를 알린 점에서 의의가 남다르다.남편 케리가 작업했고, 수록곡 12 트랙 가운데 가장 이질적으로 읽히는 'Lies, Lies, Lies' 역시 귀추가 주목된다. 기승전결 확실한 드라마틱한 곡 전개를 부각시키는 해법으로 가미된 록 비트가 일품이다. [빌보드]지로부터 'Un-Break My Heart'에 필적할 발라드 넘버로 꼽히기도 했다. 그녀가 이제껏 즐겨 부르지 않았던 해피 엔딩 러브 발라드 'Always'가 실린 것도 소홀히 넘어가기 힘든 변화다. 브랜디의 남편 빅 버트(Big Burt)와 함께 완성한 곡으로 분노에 찬 성토 대신 따스한 온기가 가득히 울려 퍼진다. 반면 히트 예상 트랙 'Selfish'는 그녀의 고전적인 주제인 '배신남 응징'을 소재로 했다.투팍의 동명 곡을 샘플링 한 'Me And My Girlfriend'는 제이 지 진영과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싱글 커트가 좌절된 곡이다. 아샨티 그리고 여동생 테이마르가 곡 작업에 참여한 중독성 만점의 미드 템포 발라드다. 역시 훌륭한 보컬리스트이기도 한 테이마르는 언니를 위해 업 템포 댄스 넘버 'Let Me Show The Way'도 선사했다. 힙 합의 정서에 근접해 있는 슬로 잼 넘버 'A Better Man', 남편을 위해서 라면 요부도 될 수 있다는 깊은 애정을 머금은 'Tell Me' 또한 이제 평범한 여성 이상(More Than A Woman)의 위치가 된 토니 브랙스턴 그녀의 일과 사랑에 대한 철학을 담았다.한 손에 아들 데님을 안고, 남편과 욕실에 마련된 홈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진행한 일이 잦았던 탓일까. 충만한 사랑의 감정과 느긋함이 농익은 보컬리스트로의 관록과 함께 앨범 전체에 배어 있다. 그럼에도 이토록 급박히 돌아가는 팝 신에서 상업가수로써 살아 남기 위한 여지는 충분히 남겨두고 있으니 더욱 놀랍기 그지 없고. oimusic 2002년 12월  양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