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natural
Santana / 1999.09.01 발매
이 앨범을 짧게 표현하자면 카를로스 산타나에게 경의를 표하는 후배 아티스트들이 행한 색다른 형식의 트리뷰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적으로는, 라틴 록의 옷을 입은 어덜트 컨템퍼러리 정도가 되지 않을까? 13곡의 수록곡들에는 각 곡마다 각기 다른 보컬리스트와 연주자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카를로스가 그 중심에서 사운드와 분위기를 리드해 나간다. 하지만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니는 여러 뮤지션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산타나’라는 거대한 나무뿌리에 흡수되어 같은 색깔의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물론 그 꽃의 모양새는 저마다 독특하게 자리하고 있다.
처음 이 앨범이 발매되었을 때 이런 (여전히 전형적인 산타나의 향취를 강하게 담고 있는) 음악이 대중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올해 개최된 그래미 어워드의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그것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올해의 앨범(Supernatural), 올해의 최고 기록(Smooth), 올해의 노래(Smooth), 최고의 팝 합작 보컬(Smooth), 최고의 팝 가창곡(Maria Maria), 최고의 팝 연주곡(El farol), 최고의 록 앨범(Supernatural), 최고의 록 가창곡(Put your lights on), 최고의 록 연주곡(The calling)> 수상 기록이라는 것이 음악 자체를 말해줄 수는 없지만 그 객관적인 판단의 준거는 될 수 있다고 보면, 이 앨범이 이 시대의 대중음악계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어떠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앨범은 산타나의 멤버가 그 동안 계속해서 바뀐 것을 감안해서인지 아니면 새로운 둥지인 아리스타의 배려인지 화려한 참여 아티스트가 눈에 확 들어온다. 그것도 산타나가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의 '화려했던' 스타들이 아닌 현재를 가장 빛내고 있는 '화려한' 스타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데이브 매튜스 밴드(Dave Matthews Band)의 데이브 매튜스, 최근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에버라스트(Everlast), 매치박스20(Matchbox 20)의 롭 토마스(Rob Thomas), 푸지스(The Fugees)의 로린 힐(Laulyn Hill)과 와이클리프 진(Wyclef Jean), Save tonight의 주인공 이글 아이 체리(Eagle-Eye Cherry) 등 정말 아찔할 정도로 화려한 게스트들이 라틴 록의 거장의 새로운 앨범을 위해 함께 해 주었다. 비슷한 음악을 하는 뮤지션도 아니고 연배가 비슷한 것도 아닌 음악인들과 산타나의 매치는 온전히 카를로스 산타나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이 혈기 왕성한 뮤지션들도 산타나와 잡종교배 되는 순간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등뒤로 감추어야 할 만큼 산타나의 음악과 기타 연주는 후배 뮤지션들을 압도해 버렸다.
우선 다이애나 로스와 올레타 아담스 그리고 알 재로 앨범에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토니 린제이(Tony Lindsay)의 보컬과 전형적인 산타나의 이국적인 기타 그리고 원초적인 리듬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Yaleo가 포문을 열며 앨범의 심상치 않음을 알린다. 데이브 매튜스의 보컬과 산타나의 연주가 브람스의 교향곡 제3번 3악장을 편곡한 Love of my life로 넘어갈 때 이미 필자는 짜릿한 쾌감을 맛보았다. 재즈와 제3세계 그리고 세련된 고독이 묻어나는 이 곡은 분명 앨범의 백미이다. 브람스의 교향곡 3번은 프랑스의 음악가 세르주 갱스브르가 자신의 아내이자 샹송 가수인 제인 버킨의 Baby alone in Babylon을 통해 편곡한 바가 있으나 산타나의 Love of my life와 그의 곡은 완전히 다르면서도 각기 나름대로의 맛을 가지고 있는 완벽한 서정미를 완성한 곡으로 여겨진다.
에버라스트가 참여한 Put Your Light On은 에버라스트의 보컬과 리듬 기타의 참여, 그리고 그의 최신 앨범 Whitey Ford Sings The Blues에서 베이스를 맡았던 단테 로스(Dante Ross)가 프로그래밍을 맡고 있어서인지 모던 록적인 트랙으로 산타나 음악의 새로운 맛을 주고 있다. 전형적인 라틴 록에 토니 린제이와 카를로스 산타나의 감칠맛 나는 백 보컬, 그리고 매력적인 혼 섹션이 일품인 Africa bamba, 정열적인 라틴 리듬에 완벽한 일치감을 보이는 롭 토마스의 보컬 그리고 후반부의 나이를 잊은 산타나의 신들린 듯한 기타 연주가 한 번만 들어도 뇌리에 콱 박히는 Smooth, 그래미상을 휩쓸어 버린 힙 합의 여왕 로린 힐이 작곡한 힙 합과 라틴 록의 만남 Do you like the way, 와이클리프 진이 작곡과 프로듀스를 맡고 있는 Maria Maria는 그만이 만들 수 있는 수준 높은 힙 합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이 곡에서 카를로스의 기타는 전반에 깔리는 현악 파트와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