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ay
Beyonce / 2006.09.11 발매
신보 [B’Day]로 ‘비욘세의 날’을 선포한 ‘춤추는 디바’ Beyonce
“베이스! 하이햇(드럼)! 808(키보드)! 제이(제이-지)!”
9월 4일, 자신의 25번째 생일을 자축하는 두 번째 독집 [B’Day]를 출시한 비욘세의 컴백 곡 'Déjà Vu'의 도입부에 흐르는 내레이션이다. 3년 전의 솔로 데뷔작 [Dangerously In Love]의 출시 이후 줄곧 그랬듯, 한 번 더 온 세상이 온전히 자기 것이 될 거라는 ‘Beyonce Day’의 선포는 이토록 고혹적이면서 당당하고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보여줄 것 이상으로 들려줄 거리도 많은 ‘춤추는 디바’ 선에서 만족하지 않고, 바야흐로 뮤지션으로의 비상을 꿈꾸며 여타 워너비들과는 호가연하게 차원을 달리한, 난이도의 높은 고급 R&B/힙합을 구사하고 있으니 말이다. 흡사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음악의 여신’ 뮤즈의 현현이라도 될 듯...
“어딜 가나 온통 당신만 보인다”는 심각한 데자부 증세를 고백해 숱한 솔로 부대에게 염장 질을 일삼는 리드 싱글 ‘Déjà Vu’는 ’Bonnie & Clyde ‘03’ 그리고 ‘Crazy In Love’와 맥락을 같이 하는 비욘세 & 제이-지 커플의 공개 연애가 제3탄이다. 음악계 뿐 아니라 할리우드 전반에 몰아치고 있는 복고 분위기를 이참에 확실하게 리드하겠다는 듯, 실제 악기의 음색을 날 것에 가까운 거친음 그대로 잡아 넣고 관악 세션까지 덧입혀 청자가 느낄 흥겨움을 극대화 시키고 있다. 데스티니스 차일드 시절부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로드니 ‘다크차일드’ 저킨스가 이번 음반에 담긴 곡 모두의 작사, 곡에 관여한 비욘세와 손을 맞잡았다.
레이어드 기법이라고 할까? 악기별로 하나하나 연주들이 겹쳐 쌓이고, 간간이 제이-지의 정갈하면서 구수한 랩 보컬도 흘러가면서, 또 처음에는 맛보기로 감질나게 등장했던 관악 합주도 점차로 볼륨이 높아진다. 그뿐이 아니라 비욘세의 보컬 또한 일순 방향을 선회해 절정의 순간을 향해 급히 질주하기 시작하는데, 특히 브릿지 이후로는 성량과 음역 모두에서 단연 절정의 기량을 선보인 사실이 단박에 감지된다. 뮤직 비디오에 등장하는 격렬한 안무를 보며 ‘라이브에서는 저렇게 못할 거야!’하고 속으로 질투했던 이들조차, 그와 그녀가
디지털 싱글조차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불과 며칠간의 에어플레이 수치만으로 7월 1일자 빌보드 팝 싱글 차트에 44위로 핫 샷 데뷔해 ‘역시 비욘세구나!’하고 절로 무릎을 치게 만들기도 했던 ‘Déjà Vu’는 이후 몇 주간 소폭의 상승세를 지속했다. 급기야 차트 진입 7주만인 8월 12일자에서는 갓 풀린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성적까지 반영되면서 무려 28계단이나 수직 상승한 4위 자리에 덜컥 올라 앉아 버린 상태다. 이번 [B’Day]에 담긴 곡들 가운데 적어도 절반 정도는 싱글 커트 될 듯 싶으니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일단 보너스 트랙인 ‘Check On It’에 이어 두 번째 넘버원 곡으로 등재될 공산이 무척 높은 트랙이다.
올 가을 ‘별들의 전쟁’의 포문을 연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를 필두로, 저스틴 팀버레이크 그리고 재닛 잭슨의 신보가 연달아 출시되는 와중에 선보여진 비욘세의 [B’Day] 앨범은 본인으로써도 많은 부담 속에 완성된 작품임이 분명하다. ‘쉬운 길’도 전혀 생각안해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세계를 다 가지고도 만족할 줄 모르는 이 욕심 많은 스물 다섯 아가씨가 그런 안일함을 용납할 리 없다. 더구나 ‘우먼 파워’를 중시하는 당당한 현대 여성이기도 한 비욘세는 자신의 월드 투어 백업 밴드를 전부 여성으로 꾸리는 사건까지 벌이지 않았던가. 내년 2월의 그래미에서 지난 2004년의 5관왕 기적을 다시 만나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