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짙은 / 2008.10.09 발매
‘짙은’이 여는 한국 모던록의 뉴웨이브, 세련된 송라이팅과 절제된 보이스 컬러의 미덕, 아름다운 황금률로 빛나는 2008년 ‘짙은’의 첫 번째 정규앨범. 서정성 넘치는 2008년 신보의 백미
오랜만에 장르의 본질에 충실한 모던 록 밴드가 나왔다. 데뷔 앨범을 발표한 모던 록 듀오 '짙은'의 정공법적인 접근은 일렉트로니카나 재즈 등이 잘못 뒤섞인 정체불명의 록 음악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더욱 반갑다. 풍성한 스트링 세션 연주가 인상적인 록 발라드 "곁에", 평이한 멜로디를 담은 미드 템포의 소프트 록 "IF"와 "그녀" 등 다소 '착하게' 느껴지는 일상적이고 진솔한 가사와 친숙한 록 사운드는 대중적으로도 충분히 어필할 만하다.
또 "Everybody"에서 살짝 거친 결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수록곡들은 대체로 과도한 기타 노이즈나 비트를 강조하기보다는 건반과 스트링 연주를 이용하여 변화를 꾀한다. 성용욱의 창법은 감미로우면서도 다채롭게 구사되는데, 유앤미블루 시절의 이승열이나 이적이 연상되다가도 "손톱" 같은 곡에서는 못(MOT)과도 흡사하게 들린다. "손톱"과 함께 앨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곡은 "IF"이다. "손톱"이 재즈적 터치가 가미된 우아한 발라드라면, "IF"는 기타 록적 순수함을 간직한 연주와 아름다운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이다.
짙은의 앨범은 우리 인드 밴드들이 곧잘 빠지게 되는 깊이 없는 실험주의와 '쉬크'함을 가장한 허무한 노랫말의 유혹에 빠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랜만에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90년대 모던 록 밴드에 대한 추억... 그래서 짙은이라는 밴드명이 더 어울리는 지도 모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