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r 1990
Various Artists / 2011.03.11 발매
Remember 1990
1990년을 빛낸 추억의 히트곡들
기존의 노래들이 수많은 아티스트들에 새롭게 해석되면서도 오랜 생명력을 지니는 클래식 음악과는 달리, 수없이 새로운 곡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것이 바로 대중음악의 속성이다. 대중들의 입맛에 맞출 수 밖에 없는 대중 음악의 속성상 이런 단명성은 피할 수 없는 것이긴 한데 그런 가운데서도 세월이 흘러도 사랑받는 노래들, 오래도록 기억되어야 할 작품들은 있기 마련이다. 메이저 레이블 [유니버설 뮤직]에서 발표된 작품 중에서 각 연도별 히트곡들을 모아 시리즈로 선보이는 'Remember' 앨범은 그런 의미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10년 단위의 히트곡 모음 앨범 등은 있었지만 이처럼 각 연도별 히트곡을 모아 정리해놓은 음반은 찾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음반은 단순한 히트곡 모음집이 아니라 시대별 음악 스타일의 흐름까지 찾아볼 수 있는 음악 역사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미국 음악 쪽에 관심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 영국 차트 히트곡들까지 수록하여 폭넓은 음악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여전히 다양한 음악 스타일이 팝 음악계의 히트 판도를 좌우했던 1990년대, 그 중에서 1990년대의 문을 연 1990년의 주요 히트곡들을 살펴본다.
1. Book Of Dreams / Suzanne Vega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 싱어 송라이터 중의 한 사람인 수잔 베가는 'Tom's Diner'와 아동 학대 문제를 다룬 'Luka' 등을 히트시키며 1980년대 포크 음악 리바이벌 붐에 한 몫을 했다. 전성기인 1980년대 후반을 거쳐 2천년대 들어서까지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펼쳐보이며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아티스트이다. 'Book Of Dreams'는 데뷔작과 2집 앨범의 연장선상에 있는 사운드를 선보인 3집 앨범 [Days Of Open Hand]의 수록곡으로 영국에서만 차트에 진입하는 등 차트 성적은 돋보이지 않지만 여성 뮤지션 특유의 독특한 감성이 실린 노랫말 등 포크를 기반으로 한 수잔 베가만의 개성이 담겨 있는 트랙이다.
2. My Book / The Beautiful South
1980년대 말 더 하우스마틴스(The Housemartins)라는 밴드에서 활동했던 싱어 송라이터 폴 히튼과 리드 보컬 데이브 헤밍웨이를 주축으로 결성된 록 밴드 더 뷰티불 사우스는 5인조 편성에 폴 히튼과 데이브 헤밍웨이가 각각 보컬을 맡고 곡 작업을 함께 하는 시스템으로 활동을 펼쳤다. 2007년 해체된 후 데이브 헤밍웨이를 중심으로 더 사우스라는 이름으로 재결성되었다. 데뷔 앨범 [Welcome To The Beautiful South]와 똑같은 영국 앨범 차트 2위를 기록한 2집 앨범 [Choke]에 실린 'My Book'은 영국 싱글 차트 43위를 기록했던 노래. 보컬 하모니가 돋보이는 소프트한 트랙으로 초기 뷰티풀 사우스의 전형적인 음악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3. When Will I See You Again / Barry White
듬직한 체구에서 뿜어나오는 베이스 보컬로 'You're The First, The Last, My Everything' 등의 히트곡을 남긴 소울 뮤지션 배리 화이트는 프로듀서 겸 싱어 송라이터로 성공적인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비만으로 고생을 하던 그는 이로 인해 신장 질환 등 건강 문제로 항상 고생했고 결국2003년 5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배리 화이트의 묵직한 내레이션이 도입부에 깔리는 1989년작 [The Man Is Back!] 앨범 수록곡 'When Will I See You Again'은 1974년 스리 디그리스(Three Degrees)가 불러 히트시킨 노래와는 동명이곡(同名 異曲)으로 빌보드 R&B 차트 32위를 기록했다.
4. Move Away Jimmy Blue / Del Amitri
저스틴 커리(보컬, 베이스), 브라이언 톨랜드(기타), 이언 하비(리드 기타) 등으로 구성된 스코틀랜드 출신 팝 록 밴드 델 아미트리는 영국 시장에서 앨범 차트 톱 텐 음반들을 발표하며 성공적인 활동을 펼쳤던 팀이다. 이후 1990년대 들어 미국 시장 진출에도 성공, 빌보드 핫 싱글 차트 10위에 'Roll To Me'를 올려놓는 등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Move Away Jimmy Blue'는 이들의 음반 [Waking Hours] 수록곡으로 음반에서 가장 히트한 'Nothing Ever Happens'(영국 차트 11위)보다는 성적이 떨어지지만 영국 차트 36위에 올랐던 곡.
5. Heart Of Stone / Cher
숱한 남성 스타들과 염문을 뿌리며 이슈 메이커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였던 아르메니아계 여가수 셰어는 미국 상원의원을 지낸 소니 보노(1935-1998)와 함께 혼성 듀오 소니 앤 셰어로 활동하며 'I Got You Babe' 등의 히트곡을 냈고, 솔로 독립 후에도 빅 히트곡을 터뜨리며 성공적인 가수 활동을 펼쳤다. 또한 1960년대 후반부터는 영화배우로도 활동하며 아카데미상 여우 주연상을 거머쥐는 등 다방면에서 활약을 펼쳤다. 'Heart Of Stone'은 전세계적으로 1,100만 장이 넘게 팔린 그녀의 히트 앨범 [Heart Of Stone](1989)의 타이틀 트랙으로 원래 1988년 혼성 4인조 밴드 벅스 피즈(Bucks Fizz)에 의해 발표되었던 곡을 셰어가 리메이크한 것. 셰어의 파워풀한 가창력이 돋보이는 미디움 템포의 팝 넘버로 벅스 피즈의 원곡에 비교적 충실하게 리메이크 되었고 빌보드 핫 싱글 차트 20위에 올랐다.
6. Shine On(Remix) / The House Of Love
송라이터 가이 채드윅(보컬, 기타), 테리 비커스(기타)를 주축으로 구성된 영국 인디 록 밴드 더 하우스 오브 러브는 1988년 데뷔와 함께 영국 인디 신을 대표하는 밴드로 각광을 받았다. 이후 1993년 해체되었다가 10여 년이 지나 재결성되어 다시 음악 활동을 재개캤다. 사이키델릭한 기타 연주를 특징으로 했던 이들의 대표적인 히트곡 중의 하나가 바로 'Shine On'으로 데뷔 앨범 [The House Of Love]의 수록곡. 이 곡은 원래 1987년에 싱글로 발표되었고 이후 리믹스로 다시 싱글 발매되어 영국 싱글 차트 20위에 올랐다. 'Christine'과 더불어 이들의 최고 히트곡 중 하나다.
7. Love Is The Ritual / Styx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에 걸쳐 큰 인기를 얻었던 스틱스는 프로그레시브 록과 하드 록, 부드러운 록 발라드 등을 구사했던 팀으로 특히 보컬 데니스 드 영은 창단 멤버로 가담해 1972년의 데뷔작부터 1984년까지 밴드의 전성기를 견인했다. 이 곡은 전성기의 마지막 음반이었던 [Kilroy Was Here](1983)을 내고 해체되었던 밴드가 다시 결성해 내놓았던 음반 [Edge Of The Century](1990)의 수록곡으로 댐 양키스 활동으로 합류하지 않은 토미 쇼를 대신해 가담한 글렌 버트닉이 만들고 리드 보컬을 맡았다. 글렌 버트닉이 원래 자신의 솔로 3집 수록곡으로 만들었던 것을 다시 레코딩해 스틱스 앨범에 실었고 빌보드 메인스트림 록 차트 9위에 올랐다.
8. Shelter Me / Cinderella
1980년대 중반 일련의 멀티 플래티넘 음반을 선보이며 대중들로부터 사랑받은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 헤비 메탈 밴드 신데렐라는 당시 음악계의 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온 MTV의 최대 수혜자들중 하나다. MTV를 통해 방영된 뮤직 비디오 덕에 이름이 알려졌고 음악 활동에도 상당히 큰 도움을 받았다. 3집 [Heartbreak Station](1990) 수록곡인 'Shelter Me'는 빌보드 핫 싱글스 차트 36위, 메인스트림 록 차트 5위에 올랐던 노래.
9. Kool Thing / Sonic Youth
1981년 뉴욕에서 결성된 얼터너티브 록 밴드 소닉 유스는 1982년 데뷔 앨범 [Sonic Youth]를 낸 이후 오랜 세월 빛을 보지 못하다가 1990년 메이저 레이블로 옮겨 발표한 [Goo]가 히트하면서 스타덤에 올랐고 1990년대 초반 얼터너티브 붐을 타고 대중적인 인기 밴드로 자리했다. 'Kool Thing'은 히트 음반 [Goo]의 수록곡으로 그룹 퍼블릭 에니미의 리더인 래퍼 척 디(Chuck D)가 참여해준 노래. 이 노래는 특히 베이시스트 겸 보컬이며 실력있는 비주얼 아티스트이기도 한 킴 고든이 만든 곡으로 과거 [스핀]지 인터뷰 도중 래퍼 엘엘 쿨 제이(LL Cool J와 언쟁을 벌인 뒤 그에 영감을 얻어 만든 곡이라고 한다. 소닉 유스 특유의 노이즈가 심하게 걸려 있는 록 사운드를 담아내고 있는데 빌보드 모던 록 트랙 차트 7위에 오른 히트작.
10. The Way It Is / Tesla
미국 헤비 메탈 밴드 테슬라는 1980년대 중반에 데뷔해 헤비 메탈 밴드 최초로 어쿠스틱 공연을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던 팀이다. 프랭크 해논(기타)과 브라이언 휘트(베이스)를 주축으로 결성된 이들은 에디슨도 그의 능력을 질투했다는 20세기 초의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에게서 팀 이름을 따왔는데 미국 시장에서만 1,400만 장 넘는 음반을 판매한 인기 밴드. 'The Way It Is'는 우리나라에서도 사랑받은 이들의 히트곡 'Love Song'과 함께 [The Great Radio Controversy](1989)에 실렸던 노래로 1990년 발매된 이들의 어쿠스틱 앨범 [Five Man Acoustical Jam]에 담겨 빌보드 메인스트림 록 차트 13위까지 오른 바 있다.
11. Do Me! / Bell Biv DeVoe
벨 비브 디보는 커다란 인기를 누린 흑인 보컬 밴드 뉴 에디션 출신 멤버들이 구성한 보컬 팀. 뉴 에디션은 198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흑인 아이돌 밴드로 각광받았고 보이즈 투 멘 등 수많은 후배 보컬 밴드에게 영향을 주었을 뿐 아니라 이에 대한 대항마로 백인 아이돌 밴드 뉴 키즈 온 더 블록을 등장하게 했다. 뉴 에디션에 몸담았던 리키 벨, 마이클 비빈스, 로니 디보로 이뤄진 팀으로 당대 최고의 프로듀서/송라이팅 콤비 지미 잼/테리 루이스의 제안에 따라 만들어졌다. 'Do Me!'는 이들의 데뷔작 [Poison] 수록곡으로 빌보드 핫 싱글스 차트 3위, R&B 차트 4위를 기록했던 히트곡. 역시 빌보드 핫 싱글스 차트 3위에 오른 같은 앨범 수록곡 'Poison'과 함께 이들의 최고 히트곡이 된 섹시한 느낌의 댄스 넘버. 최고의 보컬리스트들이 펼쳐내는 하모니와 절묘한 그루브감이 일품이다.
12. My Army Of Lovers / Army Of Lovers
아미 오브 러버스는 바비(Barbie)라는 팀에서 함께 활동했던 알렉산더 바드와 장 피에르 바르다, 카밀라 헤네마크로 1987년 결성된 3인조 스웨덴 댄스 밴드. 밴드의 브레인인 바드와 리드 보컬 바르다가 밴드의 고정 멤버로 활동했고 여성 보컬 카밀라의 자리는 여러 멤버들이 거쳐갔다. 1990년 [Disco Extravaganza]를 시작으로 일련의 히트 앨범을 내며 1990년대에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바로 데뷔 앨범 [Disco Extravaganza]에 실렸던 댄스 넘버 'My Army Of Lovers'는 아직 세계시장에서 주목을 받기 전 유럽 지역 국가들에서만 히트를 기록했던 곡이지만 이들의 최초 히트곡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원래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만 발매될 예정이었던 음반이 일본에서 엄청난 히트를 기록하며 일본에서도 이들을 인기 밴드로 만들어주었다. 내레이션처럼 이어지는 카밀라의 독특한 보컬이 실린 댄스 넘버.
13. Forever / Kiss
미국 음악계를 대표하는 거물 밴드로 자리한 키스는 1970년대부터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온 하드 록 밴드. 진 시몬스(보컬/베이스)와 폴 스탠리 등을 주축으로 1973년 결성된 이들은 만화주인공처럼 가면을 쓴 듯한 진한 화장으로 시선을 끌었다. 상대적으로 미국 시장에서의 인기도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덜 히트한 편이지만 이들은 뛰어난 음악성과 강력한 무대 매너를 겸비해 팬들의 사랑을 얻어냈다. 파워 발라드 곡 'Forever'는 이들의 음반 [Hot In The Shade]에 실렸던 곡으로 빌보드 핫 싱글 차트 8위까지 오르며 1979년의 'I Was Made For Lovin' You'에 이어 무려 11년만에 빌보드 톱텐에 오른 히트곡이다. 또한 빌보드 차트 20위권에 오른 이들의 일곱번째이자 마지막 노래이기도 하다.
14. Wind Of Change / Scorpions
해체를 선언해 팬들의 아쉬움을 산 스콜피온스는 'Still Loving You' 등의 주옥 같은 발라드 히트곡과 강력한 록 넘버 'Rock You Like A Hurricane' 등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던 독일 출신의 헤비 메탈/하드 록 밴드. 리듬 기타의 루돌프 솅커와 매력적인 보컬을 들려준 클라우스 마이네를 주축으로 1970년대 중반부터 2천년대에 이르기까지 꾸준한 활동을 펼쳤다. 클라우스 마이네가 곡을 쓴 파워 발라드 'Wind Of Change'는 이들의 음반 [Crazy World] 수록곡으로 당시 베를린 장벽의 붕괴 등 동유럽에 불던 민주화의 바람을 소재로 만들어진 곡으로 600만 장이 넘는 싱글 판매고를 올렸고 최종적으로는 빌보드 핫 싱글 차트 4위, 영국 싱글 차트 2위 등 큰 인기를 얻었다.
15. Around The Way Girl / LL Cool J
'여자들은 쿨한 제임스를 사랑해(Ladies Love Cool James)'라는 독특한 문구의 머릿 글자를 따서 예명을 채택한 엘엘 쿨 제이(본명 James Todd Smith)는 'I Need Love' 등의 발라드 곡들과 힙 합의 새로운 스타일을 이끈 'I Can't Live Without My Radio' 등의 노래들로 인기를 얻었던 래퍼 겸 영화배우. 'Around The Way Girl'은 [Mama Said Knock You Out]에 실려 빌보드 핫 싱글 차트 9위, R&B 싱글 차트 5위, 랩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했던 그의 대표곡. 메리 제인 걸스의 'All Night Long', 케니 버크(Keni Burke)의 'Risin' To The Top', 하니 드리퍼스(Honey Drippers)의 'Impeach The President' 등을 샘플링해 멜로디에 집어넣었다.
16. Let The Rhythm Hit 'Em / Eric B & Rakim
에릭 배리어와 MC 라킴으로 구성된 힙합 듀오 에릭 비 앤 라킴은 초기 힙합 신에서 큰 영향력을 지녔던 팀. 198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초 힙합의 초기 융성기에 혁신적인 음악 스타일을 선보이며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 많은 후배 힙 합 뮤지션들에게도 음악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이 노래는 이들의 빅 히트 앨범인 [Let The Rhythm]의 타이틀 트랙으로 빠른 템포의 랩을 구사하며 곡의 진행에 있어 미니멀리즘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고 빌보드 R&B 싱글 차트 23위까지 올랐다.
17. My, My, My / Johnny Gill
1980년대 최고의 보컬 밴드 뉴 에디션의 핵심 멤버로 달콤한 발라드 히트곡들을 남긴 자니 길은 보이즈 투 멘 등 많은 후배 뮤지션들에게 영향을 미친 아티스트. 솔로 가수로 활동중이던 1987년, 뉴 에디션을 탈퇴한 바비 브라운의 후임으로 팀에 가담 빼어난 하모니를 들려주었다. 'My, My, My'는 1990년 발표된 음반 [Johnny Gill] 수록곡으로 같은 앨범에 실린 'Wrap My Body Tight'와 함께 그의 최고 히트곡으로 자리한 러브 발라드. 빌보드 핫 싱글스 차트 10위, R&B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 소울 트레인 뮤직 어워드에서 '남성 최우수 R&B/소울 싱글' 상을 수상했고 보컬 그룹 애프터 세븐이 백 보컬에 참여하고 있다.
원용민(음악 칼럼니스트/공연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