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r 1992
Various Artists / 2011.03.11 발매
Remember 1992
1992년을 빛낸 추억의 히트곡들
기존의 노래들이 수많은 아티스트들에 새롭게 해석되면서도 오랜 생명력을 지니는 클래식 음악과는 달리, 수없이 새로운 곡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것이 바로 대중음악의 속성이다. 대중들의 입맛에 맞출 수 밖에 없는 대중 음악의 속성상 이런 단명성은 피할 수 없는 것이긴 한데 그런 가운데서도 세월이 흘러도 사랑받는 노래들, 오래도록 기억되어야 할 작품들은 있기 마련이다. 메이저 레이블 [유니버설 뮤직]에서 발표된 작품 중에서 각 연도별 히트곡들을 모아 시리즈로 선보이는 'Remember' 앨범은 그런 의미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10년 단위의 히트곡 모음 앨범 등은 있었지만 이처럼 각 연도별 히트곡을 모아 정리해놓은 음반은 찾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음반은 단순한 히트곡 모음집이 아니라 시대별 음악 스타일의 흐름까지 찾아볼 수 있는 음악 역사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미국 음악 쪽에 관심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 영국 차트 히트곡들까지 수록하여 폭넓은 음악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여전히 다양한 음악 스타일이 팝 음악계의 히트 판도를 좌우했던 1990년대 중에서 1992년의 주요 히트곡들을 살펴본다.
1. Save The Best For Last / Vanessa Williams
'흑인 최초의 미스 아메리카'라는 영예를 안았지만 과거 누드 사진을 찍었던 전력 때문에 타이틀을 박탈당했던 비운의 인물인 바네사 윌리엄스는 그 후 뛰어난 가창력을 발휘해 1990년대 들어 가수로 성공을 거두었다. 매력적인 목소리를 살린 발라드 히트곡으로 인기를 얻으며 인생 역전을 이뤄낸 그녀는 아카데미상 주제가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가수로서 뿐만 아니라 영화배우로도 성공을 거두었다. 2집 앨범 [The Comfort Zone](1991)에 실렸던 'Save The Best For Last'는 빌보드 핫 싱글 차트 4위까지 올랐던 발라드 히트곡으로 이후 바네사 윌리엄스의 매력이 잘 살아난 대표곡으로 자리한 노래다.
2. Rest In Peace / Extreme
보스턴 출신 4인조 헤비 메탈 밴드 익스트림은 그룹의 핵으로 많은 여성 팬들의 사랑을 받은 미남 기타리스트 누노 베텐코트와 보컬 게리 셰론을 중심으로 1990년대 초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던 밴드. 'Rest In Peace'는 2집 [Pornograffitti](당시 제목 때문에 우리나라에 발매되지 못했었다)의 수록곡 'More Than Words'로 인기 밴드로 자리한 이들의 3집 앨범 [III Sides To Every Story](1992) 수록곡으로 빌보드 앨범 록 트랙 차트 1위, 영국 싱글 차트 13위에 올랐던 히트곡이다.
3. Do It To Me / Lionel Richie
흑인이면서도 백인의 감성을 가진 이지 리스닝 계열의 음악을 수 없이 히트시킨 라이오넬 리치는 1970년대 밴드 코모도어스의 보컬 겸 송라이터로 활동하며 이들을 인기 밴드로 자리하게 했다. 1981년 영화 [Endless Love]의 주제가 'Endless Love'를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와 듀엣으로 불러 빅 히트시켰고 1982년 본격적인 솔로 활동을 시작한 후 'Truly', 영화 [백야(White Nights)]의 주제곡 'Say You, Say Me' 등의 주옥 같은 발라드 히트곡을 남겼고 마이클 잭슨 및 퀸시 존스와 함께 그 유명한 자선 프로젝트 'We Are The World'를 성사시키는 등 1980년대에 전성기를 보냈다. 'Do It To Me'는 1992년의 베스트 앨범 [Back To Front]에 실렸던 세 곡의 신곡 중 하나로 빌보드 R&B/Hip Hop 싱글 차트에서 1위에 올랐고 핫 싱글스 차트에서도 21위까지 오른 히트곡으로 전성기만큼은 아니지만 라이오넬 리치의 명성을 확인시켜준 작품. '
4. Separate Tables / Chris de Burgh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아일랜드의 포크 록 싱어 송라이터 크리스 디 버그는 특히 남미와 유럽 등지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아티스트다. 1979년 앨범 [Crusader]에 실린 발라드 'The Girl With April In Her Eyes'는 유독 우리나라에서 큰 사랑을 받아 가장 한국적인 히트곡 중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이밖에도 1986년 [Into The Light] 음반에 실렸던 'The Lady In Red'가 전세계적으로 큰 히트를 기록했다. 'Separate Tables'는 영국 싱글 차트 30위 아일랜드 차트 14위를 기록했던 곡으로 전성기만큼의 파괴력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크리스 디 버그의 매력을 잘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다.
5. Come And Talk To Me / Jodeci
4인조 흑인 보컬 밴드 조데시는 세드릭 헤일리, 조엘 헤일리와 도널드 데그레이트, 댈빈 데그레이트 등 두 쌍의 형제로 구성되었던 팀으로 R&B와 소울, 뉴 잭 스윙 넘버들로 1990년대 초반 인기를 얻었다. 후에 헤일리 형제는 케이시 앤 조조(K-Ci& JoJo)로 활동을 했고 도널드 데그레이트는 데반테 스윙(DeVante Swing), 댈빈 데그레이트는 닥터 댈빈으로 활동을 했다. 'Come And Talk To Me'는 러브 발라드 'Forever My Lady'와 'Stay' 등 빌보드 R&B 싱글스 차트 1위곡이 실린 데뷔 앨범 [Forever My Lady]의 수록곡으로 역시 빌보드 R&B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했던 작품.
6. Good Enough / Bobby Brown
바비 브라운은 휘트니 휴스턴의 전남편으로 가십란에 항상 이름이 오르내렸던 악동의 이미지가 강한 인물이다. 하지만 음악적으로 보면 그는 뛰어난 재능을 갖춘 싱어 송라이터로 특히 1980년대 흑인 슈퍼 그룹 뉴 에디션의 멤버로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솔로 전향 후에도 힙 합과 R&B의 퓨전인 뉴 잭 스윙의 선구자로 군림하며 R&B 뿐만 아니라 팝 시장에서도 인기를 얻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리메이크한 'My Prerogative'나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 2] 사운드트랙에 실렸던 'On Our Own' 등의 넘버 원 싱글로 스타덤에 올랐다. 'Good Enough'는 그의 전성기 마지막 히트곡 중 하나로 빌보드 톱 텐 히트곡인 'Humpin' Around'가 실린 앨범 [Bobby] 수록곡으로 빌보드 핫 싱글스 차트 7위, R&B 차트 5위에 올랐던 곡이다.
7. The Blues Come Over Me / B.B. King
현존 최고의 블루스 기타리스트 겸 싱어 송라이터 비비 킹(B.B. King:1925년 생)은 [롤링 스톤]지에 의해 역대 최고의 기타리스트 순위 3위에 꼽히기도 했던 인물. 1949년에 첫 레코딩을 시작한 이래 꾸준히 활동하며 음악계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고 특히 세련된 솔로 연주를 통해 많은 기타 연주자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지난 2천년에는 에릭 클랩튼과 함께 [Riding With The King]을 발표하며 건재를 과시하기도 했다. 1992년 빌보드 R&B 차트에 진입했던 이 곡은 게리 무어와 함께 했던 'Since I Met You Baby'와 더불어 1990년대 비비 킹이 남긴 유일한 차트 히트곡. 단순한 기교 이상의 깊이가 묻어나는 기타 연주를 통해 거장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8. Silent Prayer / Shanice
미국의 여성 싱어 송라이터 섀니스는 'I Love Your Smile', 'Saving Forever For You' 등의 차트 톱 파이브 히트곡을 내며 1990년대 초반 주목을 끌었다. 여덟살 때 재즈 보컬 엘라 핏제럴드와 함께 광고에 출연하기도 했던 그녀는 11살 때 [스타 서치]에 출연해 노래를 부른 후 [A&M 레코드]와 계약을 맺고 14세 때이던 1987년 데뷔 앨범을 발표하고 가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직 10대 시절이던 1992년에 발표했던 앨범 [Inner Child] 수록곡으로 뉴 에디션 출신 자니 길이 듀엣으로 참여했던 노래. 빌보드 핫 R&B/힙 합 싱글 차트 4위에 올랐던 히트작이다.
9. Love Is Holy / Kim Wilde
가수 마티 와일드의 딸로 주목을 받은 영국 여가수 킴 와일드는 1980년대 뉴 웨이브의 전성기에 최고의 히트곡인 'Kids In America'로 인기를 얻었다. 1990년대 들어서는 꾸준히 어덜트 컨템퍼러리 계열의 음악으로 음악 생활을 계속했다. 이 곡은 1992년 앨범 [Love Is]의 수록곡으로 198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킴 와일드가 오랜만에 만들어낸 차트 히트곡. 영국 싱글 차트 16위까지 올랐다.
10. Could've Been You / Cher
아르메니아계 여가수 셰어는 소니 보노(1935-1998)와 함께 혼성 듀오 소니 앤 셰어로 활동하며 'I Got You Babe' 등의 히트곡으로 큰 인기를 얻었고, 이후 솔로 독립 후에도 많은 히트작을 발표하며 성공적인 가수 활동을 펼쳤다. 많은 남성 스타들과 염문을 뿌리기도 했던 그녀는 1960년대 후반부터는 영화배우로도 활동하며 아카데미상 여우 주연상을 거머쥐는 등 다방면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쳤다. 1991년 앨범 [Love Hurts] 수록곡인 'Could've Been You'는 이듬해 싱글 발매되어 영국 차트 31위에 올랐던 곡으로 원래 1991년 미국의 록 보컬리스트 밥 핼리건(Bob Halligan)이 발표했던 것을 셰어가 리메이크해 히트시킨 것.
11. All That She Wants / Ace Of Base
1990년대 초 세계시장을 스웨디시 팝의 돌풍으로 몰아넣은 혼성 밴드 에이스 오브 베이스는 아바와 록시트에 이어 역대 스웨덴 밴드 3위에 올라 있는 팀이다. 통산 3천만 장의 앨범과 2,400만 장의 싱글 판매량을 기록한 이들은 레게와 팝 리듬을 섞은 유럽풍의 독특한 사운드로 인기를 얻었다. 이들의 미국시장 데뷔작 [Happy Nation/The Sign]은 미국에서만 900만 장이 팔려나가며 이들을 단숨에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데뷔 첫 싱글인 'All That She Wants'는 영국 싱글 차트 1위와 빌보드 핫 싱글 차트 2위를 비롯해 거의 전세계 각국에서 1위에 오른 빅 히트곡. 이후 전형적인 에이스 오브 베이스 사운드를 정착시킨 노래이기도 하다.
12. God Gave Rock 'N' Roll To You II / Kiss
'신이 네게 로큰롤을 선사했다'는 노래 제목처럼 키스는 미국을 대표하는 록 밴드로 오랜 세월 꾸준히 활동을 펼쳤다. 1970년대부터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온 하드 록 밴드 키스는 진 시몬스(보컬/베이스)와 폴 스탠리 등을 주축으로 1973년 결성되었고 만화주인공처럼 가면을 쓴 듯한 진한 화장으로 시선을 끌었다. 이들은 뛰어난 음악성과 강력한 무대 매너를 겸비해 팬들의 사랑을 얻어냈다. 이 노래는 원래 영화 [Bill And Ted's Bogus Journey]의 사운드트랙에 실렸고 1992년 앨범 [Revenge]에도 수록되었다. 1973년 영국 록 밴드 아젠트(Argent)가 발표했던 'God Gave Rock 'N' Roll To You'를 다시 매만진 노래로 드러머 에릭 카가 숨지기 전 마지막으로 발표된 곡이기도 하다.
13. Cool For Cats / Squeeze
영국 밴드 스퀴즈는 비록 미국 시장에서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영국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뉴 웨이브 전성기에 연이어 히트곡을 터뜨리며 상당한 반향을 이끌어 냈던 팀이다. 크리스 디포드(작사, 보컬, 기타)와 글렌 틸브룩(작곡, 보컬, 기타)를 주축으로 1974년 결성되어 1982년 해체되었다가 재결성되어 1990년대 후반까지 활동했고, 이후 재결합 해 투어 밴드로 활동하고 있다. 스퀴즈라는 팀 이름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1973년 앨범 제목에서 따온 것. 이 곡은 원래 1979년에 싱글로 발표되어 히트했던 곡으로 1992년 베스트 앨범 [Greatest Hits] 앨범에 실려 다시 싱글 발매되면서 영국 싱글 차트에 진입했던 곡이다. 전형적인 뉴 웨이브 스타일의 노래.
14. Do I Have To Say The Words? / Bryan Adams
브라이언 아담스는 캐나다를 대표하는 록 싱어 송라이터. 그는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를 매력적으로 담아낸 'Heaven' 등의 발라드 히트곡과 로드 스튜어트, 스팅과 함께 부른 영화 [삼총사]의 주제곡 'All For Love' 등으로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정상의 인기를 누렸던 아티스트다. 이 노래는 영화 [로빈후드] 주제곡 '(Everything I Do)I Do It For You' 등의 히트곡이 실린 히트 앨범 [Waking Up The Neighbours](1991)에 실렸던 노래로 캐나다 차트 2위, 빌보드 핫 싱글스 차트 11위를 기록했던 작품. 브라이언 아담스의 허스키 보이스가 매력을 발하는 발라드 풍의 노래.
15. Rusty Cage / Soundgarden
1984년 시애틀에서 리드 보컬 크리스 코넬과 기타리스트 킴 테일을 주축으로 결성된 록 밴드 사운드가든은 1990년대 초반 너바나 등에 의해 폭발하는 얼터너티브 록의 한 종류인 그런지 록의 선구적 밴드 중 한 팀으로 그런지 밴드 중에서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활동한 최초의 밴드이기도 하다. 이 곡은 1991년 발표된 음반 [Badmotorfinger]의 수록곡으로 영국 싱글 차트에서 41위까지 올랐다. 1994년에 [Superunknown]으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 데뷔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이전의 작품으로 여러 게임 음악의 사운드트랙에 사용되기도 했고 후일 컨트리 뮤지션 조니 캐시가 리메이크 해 그래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6. Unsung / Helmet
페이지 해밀턴(기타, 보컬)을 중심으로 1989년 뉴욕에서 결성된 얼터너티브 메탈 밴드 헬멧은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음악 활동을 시작했고 1990년대 초반 메탈 붐을 타고 인기를 누렸던 팀. 강한 디스토션을 걸어 스타카토로 끊어내는 기타 연주 등을 특징으로 했던 팀. 이들의 2집이자 메이저 데뷔작인 [Meantime]에 실렸던 곡으로 스피디한 진행을 보이는 이 노래는 헬멧의 전형적인 음악 스타일을 담아냈던 곡. 특히 후반부의 질주하는 드러밍이 인상적인 곡으로 [기타 히어로] 등 여러 게임의 음악으로 사용되었고 판테라의 노래 'Rise'에 영향을 주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들의 첫번째 싱글 히트곡으로 빌보드 메인스트림 록 차트에서 32위를 기록했다.
17. Don't Sweat The Technique / Eric B. & Rakim
DJ 에릭 배리어와 MC 라킴으로 구성된 힙 합 듀오 에릭 비 앤 라킴은 초기 힙합계에서 가장 영향력을 발휘한 팀 중의 하나. 198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초 힙합의 융성기에 혁신적인 음악 스타일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고, 후배 그룹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 노래는 이들의 4집인 동명의 앨범 수록곡으로 에릭 B가 빚어낸 재지한 사운드 위에 얹힌 라킴의 공격적인 랩이 특징적인 노래다. 빌보드 R&B/힙 합 차트에서 14위에 오른 노래로 이들의 작품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작품이기도 하며 실질적인 이들의 마지막 히트곡이다.
원용민(음악 칼럼니스트/공연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