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r 1996

Various Artists / 2011.03.11 발매

Remember 1996

1996년을 빛낸 추억의 히트곡들


기존의 노래들이 수많은 아티스트들에 새롭게 해석되면서도 오랜 생명력을 지니는 클래식 음악과는 달리, 수없이 새로운 곡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것이 바로 대중음악의 속성이다. 대중들의 입맛에 맞출 수 밖에 없는 대중 음악의 속성상 이런 단명성은 피할 수 없는 것이긴 한데 그런 가운데서도 세월이 흘러도 사랑받는 노래들, 오래도록 기억되어야 할 작품들은 있기 마련이다. 메이저 레이블 [유니버설 뮤직]에서 발표된 작품 중에서 각 연도별 히트곡들을 모아 시리즈로 선보이는 'Remember' 앨범은 그런 의미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10년 단위의 히트곡 모음 앨범 등은 있었지만 이처럼 각 연도별 히트곡을 모아 정리해놓은 음반은 찾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음반은 단순한 히트곡 모음집이 아니라 시대별 음악 스타일의 흐름까지 찾아볼 수 있는 음악 역사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미국 음악 쪽에 관심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 영국 차트 히트곡들까지 수록하여 폭넓은 음악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명멸했던 1990년대 중에서 1996년의 주요 히트곡들을 살펴본다.


1. No Diggity / Blackstreet
이 곡은 20대 초반부터 재능을 인정받은 프로듀서 겸 작곡가 테디 라일리가 결성한 흑인 남성 4인조 보컬 밴드 블랙스트리트의 최고 히트곡이다. 블랙스트리트는 보이즈 투 멘 등 R&B를 기반으로 하는 보컬 하모니 밴드들과는 달리 모타운의 대중적 소울과 필라델피아 소울을 힙 합과 믹스한 독특한 음악으로 주목을 받았다. 닥터 드레와 퀸 펜이 피처링한 'No Diggity'는 미국 시장에서 400만 장이 넘게 팔린 이들의 최고 히트 앨범 [Another Level]의 수록곡으로 빌보드 핫 싱글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소울 뮤지션 빌 위더스의 'Grandma's Hands'가 샘플링되었다.


2. Don't Wanna Lose You / Lionel Richie
흑인이면서도 백인의 감성을 가진 이지 리스닝 계열의 음악을 히트시킨 라이오넬 리치는 1970년대 밴드 코모도어스의 보컬 겸 송라이터로 활동하며 이들을 인기 밴드로 자리하게 했다. 1981년 영화 [Endless Love]의 주제가 'Endless Love'를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와 듀엣으로 불러 히트시켰고 1982년 본격적인 솔로 활동을 시작한 후 'Truly', 영화 [백야(White Nights)]의 주제곡 'Say You, Say Me' 등의 주옥 같은 발라드 히트곡을 남겼다. 그는 이외에도 마이클 잭슨 및 퀸시 존스와 함께 그 유명한 자선 프로젝트 'We Are The World'를 성사시키는 등 1980년대에 전성기를 보냈다. 빌보드 R&B / 힙합 송 차트 17위에 오른 이 노래는 그의 음반 [Louder Than Words]의 수록곡으로 그의 주특기가 발휘된 러브 발라드.


3. Not Gon' Cry / Mary J. Blige
내한공연을 통해 팬들을 사로잡은 R&B 싱어 송라이터 메리 제이 블라이즈는 1992년 데뷔 앨범 [What's The 411?]을 빌보드 앨범 차트 6위에 올리며 흑인음악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미용사 보조 생활을 하기도 했던 그녀는 [업타운] 레이블의 백업 싱어로 활동을 시작했고 프로듀서로 한창 날리던 퍼프 대디와의 만남을 통해 음악계에 데뷔했다. 영화 [Waiting To Exhale]과 그녀의 음반 [Share My World]에 실린 인 노래는 빌보드 핫 싱글스 차트 2위까지 오른 R&B 발라드로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


4. Loungin' / LL Cool J(feat. Total)
'여자들은 쿨한 제임스를 사랑해(Ladies Love Cool James)'라는 독특한 문구의 머릿 글자를 따서 예명을 채택한 엘엘 쿨 제이(본명 James Todd Smith)는 'I Need Love' 등의 발라드 곡들과 힙 합의 새로운 스타일을 이끈 'I Can't Live Without My Radio' 등의 노래들로 인기를 얻었던 래퍼 겸 영화배우. 싱글 발매되어 플래티넘을 기록한 이 노래는 그의 6집 앨범 [Mr. Smith]의 수록곡으로 이듬해 상영된 코미디 영화 [Good Burger]에도 삽입되었다. R&B 걸 그룹 토탈이 피처링한 이 곡은 빌보드 핫 싱글스 차트 3위에 오르는 히트를 기록했다.


5. Let's Get The Mood Right / Johnny Gill
1980년대 최고의 보컬 밴드 뉴 에디션의 핵심 멤버로 달콤한 발라드 히트곡들을 남긴 자니 길은 보이즈 투 멘 등 많은 후배 뮤지션들에게 영향을 미친 아티스트. 솔로 가수로 활동중이던 1987년, 뉴 에디션을 탈퇴한 바비 브라운의 후임으로 팀에 가담 빼어난 하모니를 들려주었다. 이 노래는 1996년 선보인 동명의 앨범 수록곡으로 빌보드 R&B / 힙합 싱글 차트 17위에 올랐다. 그의 대표적인 러브 발라드 중의 하나.


6. Does That Blue Moon Ever Shine On You / Toby Keith
미국의 컨트리 싱어 송라이터 겸 프로듀서인 토비 키스(1961년생)는 1993년 데뷔작 [Toby Keith]와 2집 [Boomtown] 등 일련의 앨범을 플래티넘 판매 기록을 세우며 인기를 얻었다. 특히 2천년대 들어서는 줄줄이 컨트리 앨범 차트 1위 앨범을 쏟아내며 최고의 인기 컨트리 가수 중 한 명으로 자리했다. 그의 3집 앨범 [Blue Moon]에 실렸던 이 노래는 빌보드 핫 컨트리 송스 차트에서 2위까지 오르며 인기를 누렸다.


7. Rotterdam / The Beautiful South
1980년대 말 더 하우스마틴스(The Housemartins)라는 밴드에서 활동했던 싱어 송라이터 폴 히튼과 리드 보컬 데이브 헤밍웨이를 주축으로 결성된 록 밴드 더 뷰티불 사우스는 폴 히튼과 데이브 헤밍웨이가 각각 보컬을 맡고 곡 작업을 함께 하는 시스템으로 활동을 펼쳤다. 2007년 해체된 후 데이브 헤밍웨이를 중심으로 더 사우스라는 이름으로 재결성되었다. 포크 스타일의 이 노래는 [Blue Is The Colour] 앨범에 실렸던 노래로 영국 싱글 차트에서 5위까지 오르며 인기를 얻었다.


8. What I Got / Sublime
브래들리 노웰(보컬, 기타, 작곡)을 중심으로 결성된 3인조 밴드 서브라임은 당시 인기를 누린 여타 스카 펑크 밴드들과는 달리 스카뿐만 아니라 스크래치, 샘플링, 랩 등 힙 합적인 요소까지 결합된 음악을 들려주어 인기를 얻었다. 이들의 3집 앨범이자 메이저 데뷔작인 [Sublime](1996)은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정작 음반에 참여했던 팀의 리더 브래들리 노웰이 헤로인 과용으로 결혼 일주일만에 세상을 등져 음반의 발매를 보지 못하는 비운을 겪었다. 그들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 음반에 실린,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상큼한 힙합 스타일 곡 'What I Got'은 빌보드 모던 록 트랙 차트에서 1위에 올랐던 히트곡.


9. Midnight In A Perfect World / DJ Shadow
미국 출신의 인기 DJ 겸 프로듀서 DJ 섀도(본명 Joshua Paul Davis)는 인스트루멘틀 힙 합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인물. 6만 장이 넘는 음반을 소장한 콜렉터로도 유명한 그는 데뷔 앨범 [Introducing…]의 성공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특히 이 앨범의 수록곡들은 힙합과 재즈, 사이키델릭 사운드 등 다른 음반들의 샘플링만으로 작업한 최초의 음반으로 기네스 기록에 올랐다. 데뷔 앨범에 실렸던 이 노래는 애킨옐레(Akinyele)의 'Outta State' 등 모두 7곡이 샘플링되어 짜깁기된 노래로 영국 싱글 차트 54위에 올랐다.


10. Something Changed / Pulp
스미스(The Smiths)와 함께 1980년대에 브릿 팝의 기초를 닦았던 펄프는 오아시스 및 블러와 함께 '90년대 중반 영국 음악계를 특징짓는 브릿 팝의 주역으로 여겨진다. 1979년 영국 셰필드에서 자비스 코커(보컬)을 중심으로 결성된 이들은 화려한 댄스 뮤직과 클럽의 퇴폐적인 느낌 그리고 단순한 기타 팝 음악을 한데 묶어 자신들만의 독특한 음악을 빚어냈다. 펄프 최고의 히트작인 1995년 앨범 [Different Class] 수록곡인 이 노래는 영국 싱글 차트 10위를 기록했다.


11. Follow You Down / Gin Blossoms
기타리스트 겸 송라이터 더그 홉킨스(후에 탈퇴)와 빌 린(베이스)를 주축으로 1987년 애리조나에서 결성된 록 밴드 진 블로섬스는 1990년대 중반까지 주목받는 록 밴드로 활동을 펼치다 1997년 돌연 해체를 선언했던 이들은 이후 2002년에 재결성되었다. [Congratulations…I'm Sorry] 앨범에 실렸던 이 노래는 빌보드 핫 싱글스 차트에 46주간 머물려 9위에 올랐고 이외에도 메인스트림 록 트랙 차트 6위, 모던 록 트랙 차트 8위에 올랐던 이들의 최고 히트작. 영화 [How To Lose A Guy in 10 Days] 등에도 사용되었다.


12. Waiting For Wednesday / Lisa Loeb
자신의 밴드 나인 스토리즈를 이끌고 1994년 청춘 영화 [청춘스케치(Reality Bites)]의 사운드트랙에 실었던 'Stay(I Missed You)'를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3주간 1위에 올리며 스타덤에 오른 리사 롭은 차분하고 포근한 팝/록 사운드로 사라 맥라클란이나 주얼 등 여성 포크 싱어 송라이터들과 비교되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골드 레코드를 기록한 그녀의 두째쨰 음반 [Tails]에 실렸던 모던 록 스타일의 이 노래는 빌보드 차트 순위는 높지 않았지만 리사 롭의 아기자기한 음악 스타일이 잘 담겨 있는 노래이다.


13. The Circle / Ocean Colour Scene
오션 컬러 신은 정통 로큰롤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는 브릿 팝 밴드로 오아시스와 블러 이후 영국 록 음악계를 대표하는 밴드 중의 하나로 각광받았던 팀이다. 이들의 3집 앨범 [Marchin' Already](1997)는 오아시스의 [Be Here Now]를 영국 차트 정상에서 끌어내리며 트리플 플래티넘을 기록할 정도로 영국에서 인기를 얻었다. 이 노래는 데뷔작의 참패를 딛고 일어서 빅 히트를 기록한 2집 앨범 [Moseley Shoals'의 수록곡으로 영국 싱글 차트 6위에 올랐다.


14. El Scorcho / Weezer
1992년 리버스 쿼모(Rivers Cuomo:보컬, 기타)를 주축으로 매트 샤프(베이스), 드러머 패트릭 윌슨(드럼), 제이슨 크로퍼(기타) 등으로 결성된 미국 얼터너티브 록 밴드 위저는 밝고 유쾌한 사운드를 특징으로 하는 밴드. 뉴 웨이브 그룹 카스(The Cars) 출신인 릭 오케이섹을 프로듀서로 맞아들이고 기타리스트를 브라이언 벨로 교체해 데뷔 앨범 [Weezer](1994)를 발표한 이후 꾸준히 활동하며 많은 팬들을 확보했다. 이들의 2집 [Pinkertone]에 수록된 'El Scorcho'는 본국인 미국에서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호주에서는 커다란 반응을 이끌어내 가장 인기 있는 얼터너티브 곡 중의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15. Little Trouble Girl / Sonic Youth
1981년 뉴욕에서 결성된 얼터너티브 록 밴드 소닉 유스는 1982년 데뷔 앨범 [Sonic Youth]를 낸 이후 오랜 세월 빛을 보지 못하다가 1990년 메이저 레이블로 옮겨 발표한 [Goo]가 히트하면서 스타덤에 올랐고 1990년대 초반 얼터너티브 붐을 타고 대중적인 인기 밴드로 자리했던 팀으로 특히 노이즈가 심하게 담긴 록 음악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 노래는 영국에서 싱글 차트에 진입했던 곡으로 이들의 음반 [Washing Machine]에 실린 발라드 풍의 노래. 독백 스타일의 내레이션이 인상적인 노래다.


16. Let's Make A Night To Remember / Bryan Adams
캐나다를 대표하는 록 싱어 송라이터 브라이언 아담스는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를 매력적으로 담아낸 'Heaven' 등의 발라드 히트곡과 로드 스튜어트, 스팅과 함께 부른 영화 [삼총사]의 주제곡 'All For Love' 등으로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정상의 인기를 누렸던 아티스트다. 특히 그의 노래 중에는 호소력 짙은 발라드 곡이 큰 사랑을 받았다. [18 Till I Die] 앨범에 실린 이 노래는 그가 콘서트 등에서 즐겨 부르던 곡으로 캐나다 차트 1위, 빌보드 핫 싱글스 차트 24위에 올랐던 노래.


17. One Headlight / The Wallflowers
포크 록의 대부 밥 딜런의 아들 제이콥 딜런이 리더라는 사실로 지명도를 얻었던 월플라워스는 1990년 결성된 밴드. 신통치 않았던 데뷔작의 실패를 딛고 레이블을 옮겨 발표한 2집 [Bringing Down the Horse](1996)가 미국 시장에서 400만 장 넘게 팔리고, 바로 이 노래가 빌보드 핫 싱글스 차트 톱 10에 진입하면서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이 곡은 그래미에서 'Best Rock Song'과 'Best Rock Performance by a Duo or Group With Vocal' 부문을 차지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빌보드 핫 싱글스 차트 2위, 메인스트림 록 및 모던 록 차트 들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18. Rock And Roll All Nite(Unplugged) / Kiss
키스는 미국을 대표하는 록 밴드로 오랜 세월 꾸준히 활동을 펼쳤다. 1970년대부터 활동을 이어온 하드 록 밴드 키스는 진 시몬스(보컬/베이스)와 폴 스탠리 등을 주축으로 1973년 결성되었고 만화주인공처럼 가면을 쓴 듯한 진한 화장으로 시선을 끌었다. 이들은 뛰어난 음악성과 강력한 무대 매너를 겸비해 팬들의 사랑을 얻어냈다. 뛰어난 라이브 밴드의 면모를 보여주는 이 언플러그드 라이브는 원래 1975년 음반 [Dressed To Kill]에 실려있던 곡을 언플러그드로 연주한 것. 이 곡은 그들의 콘서트에서 클로징 곡으로 연주되곤 하는 트랙으로 언플러그드 라이브는 1997년 [Kiss Unplugged]에 실렸고 빌보드 메인스트림 록 트랙 차트 13위에 올랐다.


원용민(음악 칼럼니스트/공연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