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r 1997

Various Artists / 2011.03.11 발매

Remember 1997

1997년을 빛낸 추억의 히트곡들


기존의 노래들이 수많은 아티스트들에 새롭게 해석되면서도 오랜 생명력을 지니는 클래식 음악과는 달리, 수없이 새로운 곡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것이 바로 대중음악의 속성이다. 대중들의 입맛에 맞출 수 밖에 없는 대중 음악의 속성상 이런 단명성은 피할 수 없는 것이긴 한데 그런 가운데서도 세월이 흘러도 사랑받는 노래들, 오래도록 기억되어야 할 작품들은 있기 마련이다. 메이저 레이블 [유니버설 뮤직]에서 발표된 작품 중에서 각 연도별 히트곡들을 모아 시리즈로 선보이는 ‘Remember’ 앨범은 그런 의미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10년 단위의 히트곡 모음 앨범 등은 있었지만 이처럼 각 연도별 히트곡을 모아 정리해놓은 음반은 찾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음반은 단순한 히트곡 모음집이 아니라 시대별 음악 스타일의 흐름까지 찾아볼 수 있는 음악 역사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미국 음악 쪽에 관심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 영국 차트 히트곡들까지 수록하여 폭넓은 음악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명멸했던 1990년대 중에서 1997년의 주요 히트곡들을 살펴본다.


1. Lovefool / The Cardigans
카디건스(The Cardigans)는 스웨덴이 배출해낸 5인조 혼성 팝 밴드로 나중에 에이 캠프(A Camp)란 이름으로 솔로 앨범을 발표하는 여성 리드 보컬 니나 페르손의 청아한 목소리를 앞세워 인기를 얻었다. 카디건스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 이 노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클레어 데인스 주연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사운드트랙 삽입곡으로 데뷔 앨범 이전에 카디건스의 이름을 팝 시장에 알려지게 한 노래. 특히 이 노래의 성공 이후 이들은 일본 시장에서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2. Anytime / Brian McKnight
내한 공연을 통해 그 실력을 여실히 보여준 최고 가창력을 지닌 R&B 가수 브라이언 맥나이트는 가스펠과 재즈에 기반을 둔 음악으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 특히 발라드 곡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그는 아 카펠라 밴드 테이크 식스의 멤버 클라우드 맥나이트의 동생이기도 하다. 이 노래는 200만 장이 넘게 팔린 그의 히트 앨범 [Anytime] 실린 동명의 R&B 발라드 곡으로 빌보드 핫 싱글스 차트 6위, R&B/힙 합 송 차트 1위에 오른 그의 대표작. 그가 남긴 일련의 러브 발라드와 궤를 같이 하는 작품이다.


3. A Song For Mama / Boyz II Men
1990년대 최고의 보컬 밴드인 보이즈 투 멘은 1980년대를 풍미한 선배 흑인 보컬 밴드 뉴 에디션 못지 않은 빼어난 보컬 하모니를 연출해 보였고, 상업적으로는 그들을 훨씬 뛰어넘는 엄청난 성공을 거둬들이며 1990년대 초반 4인조 남성 R&B 보컬 밴드 붐을 일으키게 한 팀이다. 그들은 뛰어난 하모니를 주무기로 달콤한 발라드에서 그루브감 넘치는 곡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히트 레퍼토리를 남겼다. 앨범 제목처럼 이전과는 진화한 사운드를 추구했던 3집 [Evolution]에 실린 이 노래는 히트 메이커 베이비페이스가 만든 노래로 영화 [소울 푸드]에 사용되었고 빌보드 핫 싱글스 차트 7위, R&B/힙 합 송 차트 1위를 기록했던 히트곡.


4. Don't Leave Me / Blackstreet
20대 초반부터 재능을 인정받은 프로듀서 겸 작곡가 테디 라일리가 결성한 흑인 남성 4인조 보컬 밴드 블랙스트리트는 보이즈 투 멘 등 R&B를 기반으로 하는 보컬 하모니 밴드들과는 달리 모타운의 대중적 소울과 필라델피아 소울을 힙 합과 믹스한 독특한 음악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 노래는 블랙스트리트의 앨범 [Another Level]의 수록곡으로 1983년 드바지의 노래 ‘A Dream’을 샘플링했다. 당시 판매용 싱글로 발매되지 않아 규정상 빌보드 싱글이나 R&B 차트에 오르지 못했지만 빌보드 ‘핫 100 에어플레이’와 ‘핫 R&B/힙 합 에어플레이’ 차트에서는 각각 12위와 1위에 오르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5. Walk On By / Gabrielle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지닌 영국의 여성 싱어 송라이터 가브리엘(Louisa Gabrielle Bobb)은 런던의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포크 가수 트레이시 채프먼의 노래를 리메이크 한 데모 테이프가 음반사 A&R 담당자의 눈에 띄어 레코딩 계약을 체결하고 가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1993년 데뷔 싱글 ‘Dreams’를 영국 싱글 차트 정상에 올려놓으며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영국 싱글 차트 7위에 오른 이 노래는 그녀의 2집 [Gabrielle]의 수록곡으로 팝 음악계의 전설적 송라이팅 콤비 버트 바카락-할 데이빗 콤비가 만들어 디온 워윅이 불렀던 노래를 리메이크 한 것.


6. Mmm Bop / Hanson
미국 오클라호마 출신 재커리 핸슨(Zachary Hanson:1985.10.22:드럼)과 맏형 아이작 핸슨(Isaac Hanson:1980.11.17:기타), 둘째 테일러 핸슨(Taylor Hanson:1983.3.14:보컬, 키보드)으로 구성된 핸슨은 데뷔 앨범을 미국에서만 300만 장이 넘게 팔리는 빅 히트를 기록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특히 당시 막내 재커리 핸슨이 12세 밖에 안되는 어린 나이여서 더 화제를 모았는데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인디 밴드 활동을 통해 탄탄한 실력을 쌓았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밝고 중독성 강한 멜로디를 지닌 이들의 데뷔 히트곡인 이 노래는 미국은 물론 거의 전 세계에서 1위에 올랐던 빅 히트작.


7. Barbie Girl / Aqua
여성 보컬 리나(Lene Grawford Nystrom)와 르네(Rene Dif), 소렌(Soren Rasted), 클라우스(Claus Norreen)로 이뤄진 덴마크 출신 혼성 4인조 팝 밴드 아쿠아는 밝고 명랑한 사운드에 애교스럽기 그지없는 여성 보컬을 트레이드마크로 한 가벼운 댄스곡과 발라드로 팝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들을 스타덤에 올린 이 노래는 별다른 홍보 없이 단순히 라디오에서의 인기를 등에 업고 빌보드 싱글 차트 7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아쿠아의 대표곡으로 자리했다. 영국 시장에서도 당시 인기 절정이던 스파이스 걸스를 누르고 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파괴력을 보여주었다.


8. Blackbird On The Wire / The Beautiful South
1980년대 말 더 하우스마틴스(The Housemartins)라는 밴드에서 활동했던 싱어 송라이터 폴 히튼과 리드 보컬 데이브 헤밍웨이를 주축으로 결성된 록 밴드 더 뷰티불 사우스는 폴 히튼과 데이브 헤밍웨이가 각각 보컬과 곡 작업을 함께 하는 시스템으로 활동을 펼쳤다. 이들은 2007년 해체된 후 데이브 헤밍웨이를 중심으로 더 사우스라는 이름으로 재결성되었다. 이들의 음반 [Blue Is The Colour] 앨범에 실렸던 이 노래는 영국 싱글 차트 23위까지 올랐던 히트곡.


9. A Long December / Counting Crows
1989년 보컬리스트 아담 듀리츠와 기타리스트 데이비드 브라이슨이 결성한 어쿠스틱 듀오에서 출발한 아메리칸 정통 록의 대표 주자 카운팅 크로우스는 얼터너티브 록의 끝물에 등장해 월플라워즈 등과 함께 1960년대와 197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복고적인 록 사운드를 새로운 트렌드로 정착시키며 인기를 누렸다. 1993년의 데뷔 앨범 [August And Everything After]가 빌보드 앨범 차트 4위까지 오르며 미국에서만 600만 장이 넘게 팔리는 빅 히트를 기록했고 이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밝은 멜로디와 노랫말로 대중들로부터 사랑을 얻었다. 지금까지 2천만 장이 넘는 음반 판매고를 지닌 이들의 서정적인 발라드 히트곡인 이 노래는 [Recovering Satellites] 음반에 실렸던 노래로 빌보드 모던 록 트랙 차트 5위를 기록했고 어덜트 컨템퍼러리 차트에서도 6위에 올랐다.


10. The Difference / The Wallflowers
포크 록의 대부 밥 딜런의 아들 제이콥 딜런이 이끄는 그룹으로 화제를 모았던 월플라워스는 1990년 결성된 밴드. 신통치 않았던 데뷔작의 실패를 딛고 레이블을 옮겨 발표한 2집 [Bringing Down the Horse](1996)가 미국 시장에서 400만 장 넘게 팔리고, ‘One Headlight’이 빌보드 핫 싱글스 차트 톱 10에 진입하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One Headlight’으로 그래미에서 'Best Rock Song'과 'Best Rock Performance by a Duo or Group With Vocal' 부문을 차지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역시 2집 앨범에서 싱글 커트된 이 노래는 빌보드 메인스트림 록 트랙 차트 3위, 모던 록 트랙 차트 5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올렸다.


11. The Carpenter / Nightwish
핀란드를 대표하는 록 밴드의 하나인 나이트위시는 록 음악에 오페라적인 요소를 결합한 오페라 록의 계보에 속하는 음악을 들려주는 팀이다. 이들은 특히 여성 보컬 타르야를 앞세우고 멜로딕 스피드 메탈에 오페라적인 요소를 결합한 음악으로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고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얻었다. 이들의 데뷔 앨범 [Angels Fall First]에 실렸던 싱글 ‘The Carpenter’는 핀란드 싱글에서 3위에 오르며 인기를 얻었던 노래다.


12. Help The Aged / Pulp
스미스(The Smiths)와 함께 1980년대에 브릿 팝의 기초를 닦았던 펄프는 오아시스 및 블러와 함께 '90년대 중반 영국 음악계를 특징짓는 브릿 팝의 주역으로 여겨진다. 1979년 영국 셰필드에서 자비스 코커(보컬)을 중심으로 결성된 이들은 화려한 댄스 뮤직과 클럽의 퇴폐적인 느낌 그리고 단순한 기타 팝 음악을 한데 묶어 자신들만의 독특한 음악을 빚어냈다. 히트 싱글을 쏟아낸 펄프 최고의 히트작인 1995년 앨범 [Different Class]에 이어 발표된 앨범 [This Is Hardcore]에 실렸던 이 노래는 싱글로 발매되어 영국 싱글 차트 8위를 기록했다.


13. Everything / Mary J. Blige
내한공연을 통해 팬들을 사로잡은 R&B 싱어 송라이터 메리 제이 블라이즈는 1992년 데뷔 앨범 [What's The 411?]을 빌보드 앨범 차트 6위에 올리며 흑인음악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미용사 보조 생활을 하는 등 인고의 세월을 지낸 그녀는 [업타운] 레이블의 백업 싱어로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프로듀서로 한창 날리던 퍼프 대디와의 만남을 통해 음악계에 데뷔했다. [Share My World] 앨범에 실렸던 이 노래는 빌보드 핫 싱글스 차트 24위, R&B/힙 합 송스 차트 5위에 올랐고 영국에서도 차트 톱 텐에 드는 등 인기를 얻었다.


14. Phenomenon / LL Cool J
‘여자들은 쿨한 제임스를 사랑해(Ladies Love Cool James)’라는 독특한 문구의 머릿 글자를 따서 예명을 채택한 엘엘 쿨 제이(본명 James Todd Smith)는 ‘I Need Love’ 등의 발라드 곡들과 힙 합의 새로운 스타일을 이끈 ‘I Can’t Live Without My Radio’ 등의 노래들로 인기를 얻었던 래퍼 겸 영화배우. 이 노래는 동명의 앨범에 실려 있던 작품으로 빌보드 R&B/힙 합 송스 차트 16위, 핫 랩 송스 차트에서 14위에 올랐고 영국에서는 차트 톱 텐에 드는 호응을 얻었다. 이 노래는 밴드 크리에이티브 소스의 노래 ‘Who Is He And What Is He To You’를 샘플링했다.


15. Dammit(Growing Up) / Blink 182
소란스럽고 엉뚱하며 어디로 튈 줄 모르는 엉뚱함으로 무장한 펑크 밴드 블링크 182는 1999년 공개된 'What's My Age Again'의 뮤직 비디오에서 옷을 벗고 거리를 질주하는가 하면 이 곡이 실린 음반 [Enema Of The State]의 커버에 유명 포르노 배우를 등장시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미국 샌디에이고 출신인 마크 호퍼스(베이스, 보컬)를 주축으로 결성된 이들은 [Dude Ranch](1997)을 발표한다. 이중 빌보드 모던 록 트랙 차트 11위에 오른 싱글 'Dammit(Growing Up)'이 호응을 얻으며 이후 깔끔한 펑크 사운드에 팝적인 멜로디를 결합시키는 방법으로 네오 펑크의 부활을 주도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특히 광란의 무대 매너로 라이브에서 많은 팬들을 확보해왔다.


16. Bleed Together / Soundgarden
1984년 시애틀에서 리드 보컬 크리스 코넬과 기타리스트 킴 테일을 주축으로 결성된 사운드가든은 1990년대 초반 너바나 등에 의해 폭발하는 얼터너티브 록의 한 종류인 그런지 록의 선구적 밴드 중 한 팀으로 그런지 밴드 중에서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활동한 최초의 밴드이기도 하다. 해체 이후 선보인 이들의 베스트 앨범 [A-Sides]에 실렸던 ‘Bleed Together’는 빠른 템포의 에너지 넘치는 펑크 스타일 곡으로 여기에 멜로디 라인을 강조해 넣은 작품. 빌보드 메인스트림 록 트랙 차트에서 13위까지 올랐다.


17. Tourniquet / Marilyn Manson
'60년대 최고의 섹스 심볼이었던 마릴린 먼로와 희대의 살인마 찰스 맨슨에서 이름을 따온 마릴린 맨슨(본명 Brian Warner)은 '적그리스도', '사탄의 숭배자' 등으로 기독교계로부터 비난을 받아온 쇼크 록의 대표주자. 기독교 학교에 재학중이던 10대 시절 [엑소시스트], [오멘] 등의 영화에 심취하고 W.A.S.P. 등의 헤비 메탈에 경도되었던 그는 18세 때 칼럼니스트로 활동을 시작했는데, 그의 고향에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가 공연을 왔을 때 뮤지션으로 오프닝을 장식한 것을 계기로 음악계에 본격 데뷔하게 된다. [Antichrist Superstar] 앨범에 실렸던 이 노래는 빌보드 메인스트림 록 트랙 차트 30위에 올랐던 곡. 프로레슬러 제프 하디의 테마 곡으로 쓰이기도 했던 곡으로 그의 두번째 메이저 히트 싱글이다.


18. I Shot The Sheriff / Warren G
1990년대 웨스트 코스트 힙 합 신을 대표하는 래퍼 겸 프로듀서 중의 하나였던 워렌 지(Warren Griffin III)는 스무살 때이던 1990년 네이트 독 및 스눕 독과 함께 LA의 지역 코드에서 따온 밴드 213를 결성해 음악계에 뛰어들었다. 이후 네이트 독과 스눕 독이 힙합의 메카 [데스 로] 레이블과 계약을 하자 솔로 활동을 시작, 1994년에 네이트 독이 피처링한 ‘Regulate’를 빌보드 핫 싱글스 차트 2위까지 올리며 스타덤에 올랐다. [Take A Look Over Your Shoulder] 앨범에 실린 이 노래는 에릭 클랩튼의 리메이크로 유명한 레게 가수 밥 말리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빌보드 핫 싱글스 차트 20위에 올랐다. 오리지널 가사를 워렌 지가 새로 쓴 노랫말로 대체했지만 에릭 클랩튼의 버전은 샘플링으로 사용했다.

원용민(음악 칼럼니스트/공연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