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r 1995

Various Artists / 2011.03.11 발매

Remember 1995
1995년을 빛낸 추억의 히트곡들


기존의 노래들이 수많은 아티스트들에 새롭게 해석되면서도 오랜 생명력을 지니는 클래식 음악과는 달리, 수없이 새로운 곡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것이 바로 대중음악의 속성이다. 대중들의 입맛에 맞출 수 밖에 없는 대중 음악의 속성상 이런 단명성은 피할 수 없는 것이긴 한데 그런 가운데서도 세월이 흘러도 사랑받는 노래들, 오래도록 기억되어야 할 작품들은 있기 마련이다. 메이저 레이블 [유니버설 뮤직]에서 발표된 작품 중에서 각 연도별 히트곡들을 모아 시리즈로 선보이는 'Remember' 앨범은 그런 의미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10년 단위의 히트곡 모음 앨범 등은 있었지만 이처럼 각 연도별 히트곡을 모아 정리해놓은 음반은 찾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음반은 단순한 히트곡 모음집이 아니라 시대별 음악 스타일의 흐름까지 찾아볼 수 있는 음악 역사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미국 음악 쪽에 관심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 영국 차트 히트곡들까지 수록하여 폭넓은 음악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명멸했던 1990년대 중에서 1995년의 주요 히트곡들을 살펴본다.


1. Song From A Secret Garden / Secret Garden
키보디스트 겸 작곡가 롤프 로브랜드(노르웨이)와 바이올리니스트 피오누알라 셰리(아일랜드)로 구성된 시크릿 가든은 수차례의 내한 공연을 모두 성공시키며 우리나라에서 특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인스트루멘틀 듀오로 조성우 감독이 음악을 맡았던 이영애-이정재 주연 영화 [선물]의 사운드트랙에는 이들이 조성우 감독의 음악을 연주해 싣기도 했고 크로스오버 테너 조시 그로반은 이들의 노래 'You Raise Me Up'을 리메이크 해 세계적으로 히트시키기도 했다. 클래식과 팝에 휘슬과 울리언 파이프 등의 악기를 동원해 아일랜드 민속 음악을 녹여낸 독특한 사운드로 주목을 받은 이들의 데뷔 앨범 [Songs From A Secret Garden]에 실린 이 노래는 극도의 서정미를 담은 작품으로 당시 인기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에 사용되어 특히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누렸고 이후 스크릿 가든은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밴드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2. Come On / Barry White
묵직한 베이스 보컬로 'You're The First, The Last, My Everything' 등 많은 히트곡을 남긴 소울 뮤지션 배리 화이트는 프로듀서 겸 싱어 송라이터로 성공적인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뛰어난 음악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비만으로 고생을 하던 그는 이로 인해 신장 질환 등 건강 문제를 안고 있었고 결국2003년 5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의 후기 앨범인 [The Icon Is Love]에 실린 이 노래는 빌보드 R&B / 힙 합 싱글 차트에서 12위에 올랐다. 낮은 저음의 내레이션이 이어지는 배리 화이트 특유의 음악 스타일을 보여주는 곡으로 그의 실질적인 마지막 히트곡이다.


3. Driving With The Brakes On / Del Amitri
저스틴 커리(보컬, 베이스), 브라이언 톨랜드(기타), 이언 하비(리드 기타) 등으로 구성된 스코틀랜드 출신 팝 록 밴드 델 아미트리는 영국 시장에서 앨범 차트 톱 텐 음반들을 발표하며 성공적인 활동을 펼쳤던 팀이다. 이후 1990년대 들어 미국 시장 진출에도 성공, 빌보드 핫 싱글 차트 10위에 'Roll To Me'를 올려놓는 등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영국 싱글 차트 18위에 오른 이 노래는 'Roll To Me'가 실렸던 영국 앨범 차트 3위의 히트 앨범 [Twisted]에 실렸다. 'Roll To Me'나 'Tell Her This'의 막강한 히트곡 때문에 빛이 가려지긴 했지만 이들의 음악색이 잘 배어나오는 음악이다.


4. Joy / Blackstreet
흑인 남성 4인조 보컬 밴드 블랙스트리트는 보이즈 투 멘 등 R&B를 기반으로 하는 보컬 하모니 밴드들과는 달리 모타운의 대중적 소울과 필라델피아 소울을 힙 합과 믹스한 음악으로 주목을 받았다. 20대 초반부터 재능을 인정받은 프로듀서 겸 작곡가 테디 라일리가 결성한 팀으로 1990년대 중반 큰 인기를 얻은 이들의 노래 'Joy'는 미국 시장에서 플래티넘을 기록한 셀프 타이틀의 데뷔 앨범 수록곡으로 빌보드 R&B / 힙 합 싱글스 차트 12위에 올랐다.


5. Crazy Love / Brian McKnight
내한 공연을 통해 그 실력을 여실히 보여준 최고 가창력을 지닌 R&B 가수 브라이언 맥나이트는 가스펠과 재즈에 기반을 둔 음악으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 특히 발라드 곡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그는 아 카펠라 밴드 테이크 식스의 멤버인 클라우드 맥나이트의 동생이기도 하다. 이 노래는 그의 2집 음반 [I Remember You]의 수록곡으로 빌보드 R&B / 힙 합 싱글스 차트 10위에 올랐던 로맨틱 발라드 넘버. 브라이언 맥나이트의 매력이 잘 드러나 있는 노래다. 원곡은 아일랜드 출신의 싱어 송라이터 밴 모리슨의 1970년 앨범 [Moondance]에 실렸던 것으로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한 명곡.


6. Carnival / The Cardigans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클레어 데인스 주연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사운드트랙 삽입곡인 'Lovefool'로 인기를 얻은 카디건스(The Cardigans)는 스웨덴이 배출해낸 5인조 혼성 팝 밴드로 나중에 에이 캠프(A Camp)란 이름으로 솔로 앨범을 발표하는 여성 리드 보컬 니나 페르손의 청아한 목소리를 앞세워 인기를 얻었다. 2집 앨범 [Life]에 실려 영국 싱글 차트 35위에 오른 이 노래는 상큼 발랄한 이들의 음악 스타일이 잘 드러난 모던 록으로 데뷔 이래 특히 그들을 열광적으로 지지해준 일본 등지에서 더 큰 인기를 얻었다.


7. Can't Stop My Heart From Loving You / Aaron Neville
제목부터 러브 송이라는 느낌이 잘 전달되는 이 노래는 ‘The Rain Song’이라는 부제로도 잘 알려진 노래. 아론 네빌의 트레이드마크인 발라드와는 궤를 달리하는 곡으로 가벼운 레게 리듬을 채택하고 있는 작품이다. 외모와 달리 감미로운 목소리를 지닌 소울/R&B 가수 아론 네빌은 린다 론스태드와의 듀엣곡 'Don't Know Much' 등으로 대중적인 사랑을 얻었던 가수다. 밴드 네빌 브라더스의 멤버로 활동을 했던 그는 이 노래의 빅 히트로 그래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그의 솔로곡 이외에도 린다 론스태드 및 컨트리 가수 트리샤 이어우드 등 여가수들과의 듀엣으로도 인기를 얻었던 가수다.

 

8. I Can’t Be With You / The Cranberries
마치 요들 송을 부르는 듯한 독특한 창법을 지닌 여성 보컬 돌로레스 오리어던을 전면에 내세운 4인조 밴드 크랜베리스는 아일랜드 밴드들 특유의 정서를 가미한 상큼한 모던 록 사운드로 1990년대 중반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누구와도 비교하기 힘든 맑고 고운 목소리의 돌로레스 오리어던의 보컬과 특유의 맑게 울리는 기타 톤은 밴드의 트레이드마크로 인식되었다. 미국 시장에서만 700만 장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데뷔작의 성공을 이어간 2집 앨범 [No Need To Argue]의 수록곡인 이 노래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 지역에서 차트에 올랐던 모던 록 히트곡.

 

9. 'Til I Hear It From You / Gin Blossoms
기타리스트 겸 송라이터인 더그 홉킨스(후에 탈퇴)와 빌 린(베이스)를 주축으로 1987년 애리조나에서 결성된 록 밴드 진 블로섬스는 1990년대 중반까지 주목받는 록 밴드로 활동을 펼치다 1997년 돌연 해체를 선언했고 그 뒤 2002년에 재결성되었다. 영화 [Empire Records]의 사운드트랙에 실린 ''Til I Hear It From You'는 빌보드 핫 싱글스 차트 9위에 올랐던 모던 록 넘버로 이듬해의 'Follow You Down'’과 더불어 이들의 최고 히트작으로 기록되고 있다.


10. That's Just What You Are / Aimee Mann
펑크 록 밴드에서 음악 활동을 시작한 에이미 만은 1983년 뉴 웨이브 밴드 틸 튜즈데이를 결성해 활동했던 미국의 여성 록 싱어 송라이터겸 기타리스트/베이시스트이다. 1993년 솔로로 독립, 데뷔 음반 [Whatever]를 냈지만 소속사가 해체되는 불운을 겪었지만 음반이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얻으며 2집 앨범 [I'm With Stupid]를 발표했다. 밴드 스퀴즈(Squeeze)의 글렌 틸브룩 등이 백 보컬로 참여해준 가벼운 모던 록 넘버 'That's Just What You Are'는 차트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멜로즈 플레이스]의 사운드트랙에 사용되며 주목을 얻었다.


11. The Snows Of New York / Chris de Burgh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아일랜드 포크 록 싱어 송라이터 크리스 디 버그는 특히 남미와 유럽 등지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아티스트다. 1979년 앨범 [Crusader]에 실린 발라드 'The Girl With April In Her Eyes'는 유독 우리나라에서 큰 사랑을 받아 가장 한국적인 히트곡 중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이밖에도 1986년 [Into The Light] 음반에 실렸던 'The Lady In Red'가 전세계적으로 큰 히트를 기록했다. 크리스 디 버그의 열두번째 앨범인 [Beautiful Dreams]에 실린 'The Snows Of New York'은 크리스 디 버그의 감성적인 보컬이 실린 노래로 영국 차트에 올랐다. 가스펠 풍의 분위기까지 느껴지게 하는 이 노래는 높은 순위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우리 팬들의 취향에 잘 맞는 발라드 곡으로 후반부의 보컬 코러스가 인상적이다.


12. You Bring Me Joy / Mary J. Blige
R&B 싱어 송라이터 메리 제이 블라이즈는 1992년 데뷔 앨범 [What's The 411?]을 빌보드 앨범 차트 6위에 올리며 흑인음악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미장원 보조 생활을 하기도 했던 그녀는 [업타운] 레이블의 백업 싱어로 활동을 시작했고 프로듀서로 한창 날리던 퍼프 대디와의 만남을 통해 음악계에 데뷔했다. 2집 앨범 [My Life]에 실렸던 그루브감이 느껴지는 힙합 소울 넘버 'You Bring Me Joy'는 빌보드 댄스 트랙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고 핫 싱글스 차트에서는 57위에 올랐다. 배리 화이트의 1997년 곡 'It's Ecstasy When You Lay Down Next To Me'를 샘플링했다.


13. Proceed / The Roots
1993년 데뷔 앨범 [Organix]로 음악계에 선을 보인 힙 합 밴드 더 루츠(The Roots)는 주로 샘플링된 사운드를 담아내는 여타 힙 합 뮤지션들과 달리 리얼 악기를 연주하며 공연시에 브라스까지 동원하는 등 독특한 사운드로 열성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팀으로 내한 공연을 통해 한국 팬들과 인사를 하기도 했다. 2집 앨범 [Do You Want More?!!!??!]에 실렸던 'Proceed'는 빌보드 랩 송 차트에서 13위에 올랐던 이들의 초기 히트곡이다.


14. The Changingman / Paul Weller
폴 웰러는 그룹 더 잼(The Jam)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아 활동했고, 아내였던 디 시 리(Dee C. Lee)와 키보드 주자 믹 탤보트 등을 규합하여 결성한 스타일 카운실로 영국을 중심으로 컬트 팬을 확보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스타일 카운실에서 소울에서부터 펑크(funk), 신스 팝 발라드 등 다채로운 음악 스펙트럼을 펼쳐보였던 그는 1992년 데뷔 앨범 [Paul Weller]를 영국 차트 8위에 올리며 솔로 활동 역시 성공적으로 해냈다.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와 트래픽, 스펜서 데이비스 그룹을 거친 스티브 윈우드 등 화려한 게스트들이 참여해준 그의 첫 영국 앨범 차트 1위 앨범인 3집 [Stanley Road]의 수록곡 'The Changingman'은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의 1972년 히트곡 '10538 Overture'의 리프를 차용한 곡으로 영국 싱글 차트 7위에 올라 그의 첫 톱 텐 히트곡이 되었다.


15. Say It Ain't So / Weezer
1992년 리버스 쿼모(Rivers Cuomo:보컬, 기타)를 주축으로 매트 샤프(베이스), 드러머 패트릭 윌슨(드럼), 제이슨 크로퍼(기타) 등으로 결성된 미국 록 밴드 위저는 밝고 유쾌한 사운드를 특징으로 하는 밴드. 뉴 웨이브 그룹 카스(The Cars) 출신인 릭 오케이섹을 프로듀서로 맞아들이고 기타리스트를 브라이언 벨로 교체해 데뷔 앨범 [Weezer](1994)를 발표한 이후 꾸준히 활동하며 많은 팬들을 확보했다. 파란색 배경을 담아낸 재킷으로 'Blue Album'으로도 불리는 이 데뷔 앨범 수록곡인 'Say It Ain't So'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주로 하는 곡으로 빌보드 얼터너티브 송 차트에서 7위에 올랐다.


16. Common People / Pulp
스미스(The Smiths)와 함께 1980년대에 브릿 팝의 기초를 닦았던 펄프는 오아시스 및 블러와 함께 '90년대 중반 영국 음악계를 특징짓는 브릿 팝의 주역으로 여겨진다. 1979년 영국 셰필드에서 자비스 코커(보컬)을 중심으로 결성된 이들은 화려한 댄스 뮤직과 클럽의 퇴폐적인 느낌 그리고 단순한 기타 팝 음악을 한데 묶어 자신들만의 독특한 음악을 빚어냈다. 1995년 앨범 [Different Class] 수록곡인 이 노래는 영국 싱글 차트 2위까지 올랐던 작품으로 펄프의 대표적인 히트곡.


17. Are You Blue Or Are You Blind? / Bluetones
영국의 인디 록 밴드 블루톤스는 마크 모리스(보컬)를 주축으로 1993년 결성되었다. 이들은 1996년 'Slight Return'을 히트시키며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영국 시장에서 3장의 톱 텐 앨범을 만들어내며 인기를 얻었다. 브릿팝의 융성기에 등장했지만 실질적으로 이들이 인기를 얻은 것은 브릿팝의 인기가 시들해진 뒤였고 이후에도 이들은 투어를 활발히 펼치며 활동을 이어갔다. 영국 싱글 차트 31위에 올랐던 이 노래는 싱글로만 발매되었고 이후 2006년의 베스트 앨범 [A Rough Outline:The Singles & B Sides 95-03]에 실렸다.

 

18. Rain King / Counting Crows
1989년 보컬리스트 아담 듀리츠와 기타리스트 데이비드 브라이슨이 결성한 어쿠스틱 듀오에서 출발한 아메리칸 정통 록의 대표 주자 카운팅 크로우스는 얼터너티브 록의 끝물에 등장해 월플라워즈 등과 함께 1960년대와 197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복고적인 록 사운드를 새로운 트렌드로 정착시키며 인기를 누렸다. 1993년의 데뷔 앨범 [August And Everything After]가 빌보드 앨범 차트 4위까지 오르며 미국에서만 600만 장이 넘게 팔리는 빅 히트를 기록했고 이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밝은 멜로디와 노랫말로 대중들로부터 사랑을 얻었다. 바로 그 데뷔 앨범에 실렸던 'Rain King'은 에어플레이에서 높은 순위에 오르며 팬들을 사로잡았고 영국에서도 차트에 오르며 히트를 했다. 미국 작가 사울 벨로의 1959년 소설 [Henderson The Rain King]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진 노래라고.


19. Breakin' Away / Kim Wilde
인기 가수 마티 와일드의 딸로 주목을 받은 영국 여가수 킴 와일드는 1980년대 뉴 웨이브의 전성기에 최고의 히트곡인 'Kids In America' 등으로 인기를 얻었다. 전성기를 지난 1990년대 들어서는 꾸준히 어덜트 컨템퍼러리 계열의 음악으로 활동을 계속했다. 카일리 미노그를 연상시키는 이 노래는 영국 싱글 차트에서 히트를 기록했던 노래로 아홉번째 정규 앨범 [Now & Forever]에 실렸다. 실질적으로 그녀의 마지막 히트곡들 중의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원용민(음악 칼럼니스트/공연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