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가까이
나희경 / 2012.10.24 발매
한 걸음 한 걸음 스스로의 길을 조각하며 걷고 있는 나희경.
전체 디렉팅부터 작곡 편곡 연주까지 직접 참여한 조금 특별한 싱글 [나에게 가까이].
나희경은 보싸다방의 음반 [찾아가기]로 데뷔한 직후 홀연 브라질로 떠나 보사노바계의 거장들과 조우하면서 화제가 되어왔다.
보사노바 1세대 작곡가 Roberto Menescal과의 공동 작업, 현지 최고 뮤지션들과의 음반 녹음 및 브라질 내 공연 활동 등 영화 같은 이야기들은 국내의 뮤지션들과 보사노바 마니아들에게 특별한 소식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화제들보다 더 나희경을 주목케 했던 것은 그가 만들어내는 곡들의 서정적인 감성과 특유의 절제된 보이스에 있었다. 한글과 오리지널 보사노바 레퍼토리를 접목시켰던 첫 정규앨범 [Heena]와 국내에 보사노바를 알린 가요들을 브라질 뮤지션들과 함께 재해석한 EP앨범 [나를 머물게 하는] 다음으로 발표되는 이번 싱글은 나희경의 오리지널 곡들을 기대하고 기다렸던 팬들에게는 아주 반가운 선물이다. 전체 디렉팅부터 작곡 편곡 연주까지 직접 참여한 점이 이전의 보싸다방을 떠올리게 하지만, 더욱 깊어진 보이스와 자연스러움은 그때와는 또 다른 성숙미를 느끼게 한다. 믹싱과 마스터링은 브라질 히우지자네이루(Rio de janeiro)에 위치한 현지 최고의 스튜디오 Visom digital studio에서 Joao Bosco, Maria Bethania, Ney Matogrosso, Beth Carvalho, Mart`nalia, Martinho da Vila 등 브라질 거장들의 음반을 담당했던 Ricardo Dias가 진행하여 브라질의 온기를 담아냈다.
타이틀곡인 <나에게 가까이>에는 비움의 철학이 가득하다. 작은 성취들을 붙드느라 스스로를 바라볼 여유가 없을 때, 한 번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을 직시하고 다독이기를 바란다는 내려놓음의 메시지가 그러하고, 기타와 첼로만으로 연주되는 단출한 구성이 그러하다. 그러나 비워진 만큼의 공백은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로 채워져 있다. 탄탄하고 섬세한 연주를 하는 국내 최고의 재즈기타리스트 박윤우와 한국 재즈계에 독보적인 첼리스트 최정욱이 선율을 더했다.
적막하고 우울한 새벽녘 하늘이 떠오르는 두 번째 곡 <새벽녘, 독백>은 나희경이 기타를 잡고 원 테이크로 녹음한 곡으로, 삐거덕거리는 공간의 소음들과 떨리는 숨소리들이 그대로 살아 있어 마치 라이브를 듣는 인상을 준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안고 있을 공허감이 나희경의 독백을 따라 짙게 드러난다.
한 걸음 한 걸음 스스로의 길을 조각하며 걷고 있는 나희경.
화려한 연주들을 뒤로 하고 벌거벗은 듯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 나희경은 길의 마디마디마다 내려놓음의 미학을 실현하고 있다. 그가 앞으로 채우거나 덜어낼 모든 음악들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