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e Difference

Bobina / 2013.06.17 발매

러시아 트랜스음악을 대표하는 DJ 보비나와 함께 하는 환상적인 우주여행 [Same Difference]


트랜스음악을 듣다보면 마치 내가 지구의 중력을 거부한 채 다른 시공간을 여행하고 있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래서 트랜스음악을 흔히들 '우주음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주적 트랜스 음악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신시사이저가 내뿜는 다양한 기계음과 반복적인 비트가 듣는 이에게 신비하고 환상적인 기분을 맛보게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특급 DJ 보비나의 새 앨범 [Same Difference]는 트랜스음악의 우주적 성향을 잘 대변하는 곡들이다. 그의 전작 [Rocket Ride]의 음악에서 선보였던 특유의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리듬과 비트가 그대로 살아있는 이 앨범은 그래서 [Rocket Ride]의 동일한 연장선상에 있다는 면에서 같다(Same). 그러면서도 음악적으로 전작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다양한 시도를 했다는 면에서 다르다(Difference).


보비나는 "트랜스 음악의 경력이 쌓일수록 나는 내 음악에 보컬이 차지하는 위치가 더욱더 중요해졌다. 스튜디오 안에서 만들어지는 사람의 소리는 지금 신시사이저만큼이나 나에게 큰 영감을 준다. 나는 전에 해보지 않았던 보컬을 사용한 음악을 이 앨범에서 보여주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앨범에는 전자음악계의 가장 핫한 가수와 창의적의고 뛰어난 작곡가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Susana, Betsie Larkin, Ana Criado and Andrew Rayel 등과 같이 트랜스 일렉트로닉 음악계를 대표하는 보컬과 제작자들이 이 앨범에서 우주적이고 미래적인 EDM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자, 이제 보비나와 함께 하는 환상 우주여행을 떠나보자.


첫 번째 곡 'Same Difference'는 이 앨범의 타이틀 트랙으로 보비나가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차갑고 청량한 느낌의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이다. 보비나의 음악을 찾는 이유가 그의 업비트한 사운드 뿐만 아니라 정적인 느낌의 오리지널 트랜스 음악이 갖고 있는 매력 때문인데 이러한 장점이 잘 드러나는 이 곡은 우리를 서서히 트랜스 음악을 향한 우주여행으로 이끌어낸다. 두 번째 트랙 'For Who Am I'는 낮게 읊조리는 여성보컬의 사운드가 인상적인 곡으로 그녀의 신비하고 환상적인 음색과 빠르게 잘리는 신시사이저음이 조화를 이루며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우주인의 노래를 듣는 듯 하다.


한층 격렬하고 비트감 있는 느낌을 주는 곡 'Quattro 372'와 'Miami Echoes'는 우주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느끼게 한다. 하우스,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일렉트로닉을 시기적절하게 가미하면서 시작되는 이 음악은 무념무상 상태에서 몸을 흔들기에 좋은 격렬하고 환상적인 사운드가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Play Fire With Fire'은 보컬의 서정적인 음색과 신시사이저의 신비한 멜로디의 조화가 매력적인 곡으로 이러한 느낌은 'No Substitute For You'의 우아하고 호소력 있는 보컬과 신시사이저의 조화로 다시금 그 빛을 발한다. 이외에도 70년대식 기타사운드와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섬세한 신시사이저 선율이 매력적인 곡 'Sacramentum'은 한없이 드넓은 우주를 비행하는 듯 한 느낌으로 보컬의 환상적인 코러스가 매력적이다.


러시아 출신 DJ임에 항상 자부심을 갖고 러시아적 색깔을 곡에 부여했던 보비나는 'Basque The DOG'와 'Sober Duck'에서 러시아 특유의 남성적이고 서사적인 사운드의 향연을 펼친다. 러시아 작곡가 Vladimir Dashkevich의 '바스커빌가의 사냥개'(Hound of the Baskervilles')에서 멜로디를 차용한 곡 'Basque The DOG'는 러시아 교항곡의 남성적이고 파워풀한 느낌을 드럼과 신시사이저를 통해 현대적인 트랜스 음악으로 세련되게 재탄생시켰다. 'Space Track'을 거쳐 마지막 곡 'Lovin's Lies'의 긴박한 신시사이저의 멜로디와 장엄한 사운드가 기나긴 우주여행이 서서히 끝나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Same Difference]를 듣고 있으면 현대 영화사의 가장 뛰어난 영화감독인 스탠리큐브릭의 SF 대작 [2001 A Space Odyssey]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이 앨범을 들으면서 SF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벅찬 감동을 느꼈다면 요즘 아이들의 말처럼 '오버'일까? 단연코 그 감동을 이 앨범에서도 느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글 : 팝 컬럼니스트 딸기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