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 Of God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Various Artists / 2014.01.01 발매

거장 한스 짐머(Hans Zimmer)의 음악이 대서사시처럼 흐르는 기독교 영화
[선 오브 갓(Son Of God)] Original Sound Track


2014년 봄, 개신교단을 중심으로 영화 [노아]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구약성경 [창세기]에 등장하는 노아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대략적인 배경과 예고편을 보고 이 영화를 관람한 교인들 사이에서 이 영화가 성서적 사실에 위배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반기독교적이라는 영화라는 비난이 터져나온 것. 하지만 원래 이 작품은 '팩션' 즉 '팩트'에 근거를 둔 '픽션'이다. 다시 말해 '사실'을 토대로 '허구'의 상상력을 동원해 만들어진 것이고, 여기서부터 벌써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었던 셈이다. 드라마 [기황후]가 역사 왜곡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던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근본적으로 이미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내용에 작가의 주관적 해석이 더해지거나 가상의 스토리가 덧붙을 경우 이런 논란을 피해가기란 어렵다. 하지만 [기황후]는 일부의 비판에도 아랑곳 없이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하고 여기에 뛰어난 연기자들의 열연이 뒷받침되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실 [노아]에 대한 반응 역시 비기독교인들이나 독실한 신앙인이 아닌 이들은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작품성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작가적 상상력이 가미되는 분야가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종교, 특히 유일신을 섬기며 하나님 이외의 신을 부정하는 기독교와 충돌하는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어찌 보면 이런 논란은 [노아]를 기독교 신앙을 전파하는 종교영화로 기대했던(혹은 그렇게 오해했던) 교인들에 의해 불거진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성서적 사실에 충실한 개신교의 입장에서는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노아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악한 본성이 활용될 수도 있다는 암시를 하는 부분이 노아를 '당대의 의인'이라고 한 성서적 내용과 위배되며 또한 노아가 인류를 끝내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 생각하고 첫째 아들 셈의 아이들을 죽이려 하는 등 성서에는 등장하지 않는 내용을 첨가한 부분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신성모독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영화 [파이터]와 [블랙 스완]을 연출한 대런 아로노프스키(Darren Aronofsky)가 감독을 맡고 러셀 크로우(Russell Crowe), 제니퍼 코넬리(Jennifer Connelly), 안소니 홉킨스(Anthony Hopkins), 엠마 왓슨(Emma Watson) 등 이름도 쟁쟁한 거물급 스타들이 출연한 블록버스터인 [노아]에 비한다면 [선 오브 갓]은 감독이나 출연진의 중량감은 물론이고 내용 면에서도 완전히 대척점에 서 있는 작품이다. [노아]가 기독교계로부터 반기독교적 작품으로 매도되는 반면, [선 오브 갓]은 이미 개봉한 미국에서도 교단에서 단체 관람 움직임 등 교계가 발 벗고 나섰을 만큼 성서적 사실에 충실한 기독교 영화로 각광을 받았다.


2013년 3월 미국에서 케이블 TV '히스토리' 채널을 통해 10부작으로 방송되어 매회 1천만 명 이상이 시청할 만큼 인기를 얻었던 [더 바이블(The Bible)]의 제작자인 로마 다우니(Roma Downey)와 마크 버넷(Mark Burnett) 부부 그리고 연출을 맡았던 크리스토퍼 스펜서(Christopher Spencer) 감독이 그대로 뭉쳐 [더 바이블]을 영화로 만들어낸 것이 바로 [선 오브 갓]이다(로마 다우니는 영화 속에서 성모 마리아 역으로 등장한다).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신약성경을 토대로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충실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 자체는 이미 케이블 TV를 통해 방송되었던 내용을 재구성해 대형 화면에 옮긴 것인데 영화 개봉과 맞물려 음악 애호가들에게 많은 관심을 얻어낸 것이 바로 [더 바이블]에서도 음악을 맡았던 한스 짐머가 참여했다는 점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간 [배트맨] 3부작은 물론, [수퍼맨 맨 오브 스틸] 등 악에 맞서 싸우는 대표적인 수퍼 히어로 영화의 음악들을 맡은 바 있는 한스 짐머가 죄로부터 인류를 구원한 진정한 수퍼 히어로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그린 영화에서 또 다시 음악을 맡았다는 점.


교계에서 바라본 이 작품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성경에 충실하면서도 장엄하게 영상으로 구현해낸 대서사극'으로 요약될 수 있을 듯 하다. 열두 제자 중 예수를 끝까지 따랐던 사도 요한이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풀어가는 이 영화는 동정녀 마리아에게 태어난 아기 예수에게 동방박사 세 사람이 이스라엘의 왕이 태어났다며 경배하고, 이후 어른이 된 예수가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라'며 베드로를 이끈 것을 시작으로 병자를 고치고 복음을 전하는 장면 등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公生涯)를 충실히 그려냈다는 평을 얻고 있다. 명작으로 평가받는 [벤허] 등 그간 선보였던 수많은 기독교 영화 중에서도 이 영화 [하나님의 아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부터 십자가에 못박히고 사흘만에 부활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충실히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프랑코 제피렐리(Franco Zeffirelli) 감독이 연출했던 [나사렛 예수] 등의 작품과 궤를 같이하는 영화라 할 수 있는데 2,2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한 이 영화는 미국 박스 오피스에서 5,800만 달러 가까운 입장수입을 올리는 흥행을 기록했다.


영화 음악을 맡은 한스 짐머는 독일 출신으로 더스틴 호프먼(Dustin Hoffman)과 톰 크루즈(Tom Cruise) 주연 영화 [레인 맨](1988)을 시작으로 100여 편 이상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동안 [라이언 킹](1994)으로 아카데미상과 골든 글로브를 수상했고, [글래디에이터](2000)로도 골든 글로브를 수상한 베테랑. 그래미상 시상식에서도 [라이온 킹]과 [크림슨 타이드](1995), [다크 나이트](2009:제임스 뉴튼 하워드와 공동 수상)로 트로피를 수상했고 이외에도 [캐리비언의 해적] 등 화제작의 음악을 맡았던 이 시대의 대표적인 영화음악 작곡가이다. 영화음악가로 데뷔하기 이전에는 버글스(The Buggles)에서 신시사이저를 연주하기도 했던 그는 신시사이저를 주무기로 웅장하면서도 다소 무거운 사운드를 빚어내왔다.


이 사운드트랙의 수록곡들은 [더 바이블]과 마찬가지로 한스 짐머와 젊은 작곡가 론 발프(Lorne Balfe)가 작곡하고 프로듀싱했다. 두 사람은 이미 [다크 나이트 라이즈] 등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각각 1957년생과 1976년 생으로 거의 20년 가까운 나이 차이가 있지만 이들은 훌륭한 음악 동반자로 함께 하고 있다. 호주 출신 여성 싱어 송라이터로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한스 짐머와 함께 작곡을 맡았던 리사 제라드(Lisa Gerrard) 역시 [더 바이블]과 영화 [선 오브 갓]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 작품들의 사운드트랙에는 작곡가로서가 아니라 보컬리스트로 그 특유의 풍성한 메조 소프라노 음색을 덧입히고 있다. 특히 마리아 역을 맡은 로마 다우니의 테마인 'Roma's Lament'는 한스 짐머 특유의 무거운 사운드와 리사 제라드의 보컬이 잘 맞아떨어지는 작품으로 단연 이 사운드트랙애서 돋보이는 트랙이라 할 수 있다.


한스 짐머는 이 사운드트랙에 일렉트릭 첼로를 적절히 활용해 오케스트레이션과 전자악기를 매치시키는 특유의 시도를 재현해내고 있다. 사실 이 사운드트랙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여러 부분 그가 [맨 오브 스틸] 등에서 보여주었던 사운드 패턴과 흡사하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고 신시사이저로 빚어내는 사운드의 한계성에 대한 논란 역시 또 한 가지다. 하지만 이는 한스 짐머의 음악을 선호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근본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한스 짐머의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철저히 한스 짐머적인 작품으로 오히려 환영 받을 수 있다.


사운드트랙은 웅장하게 그 시작을 알리는 'In The Beginning'에서부터 한스 짐머의 음악 스타일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고 리사 제라드의 목소리가 덧입혀지며 서사적인 전개를 보이는 'Faith' 등의 트랙이 중간 중간 배치되어 있다. 'Through His Eyes'와 'Rise Up In Faith'는 사도 요한(세바스천 냅(Sebastian Knapp))의 내레이션이 스토리의 시작과 결말을 알리고 있다.


한편 사운드트랙의 마지막에 배치된 두 곡은 기존에 발매되었던 곡을 리믹스해 수록한 것. 'Mary Did You Know'는 원래 1984년 가스펠 뮤지션 마이클 잉글리시(Michael English)가 데뷔 앨범에 수록했던 크리스마스 송. 위노나 저드(Wynonna Judd)와 케니 로저스(Kenny Rogers)가 듀오로 리메이크하는 등 컨트리 뮤지션들이 리메이크 하기도 했던 이 곡을 씰로 그린(Ceelo Green)은 자신의 2012년 크리스마스 앨범 [Ceelo's Magic Moment]에서 리메이크 해 빌보드 R&B 차트 22위에 올려놓은 바 있는데 이번 사운드트랙에 리믹스 되어 실렸다.


마지막 트랙 'Soul Of A Man'은 블루스 뮤지션 블라인드 윌리 존슨(Willie Johnson)이 1930년 발표했던 가스펠 넘버로 많은 뮤지션들이 불렀던 노래를 리메이크한 곡이 리믹스되어 실렸다.?


원용민(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