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I Am Mariah…The Elusive Chanteuse (Deluxe)

Mariah Carey / 2014.05.27 발매

돌아와 거울에 앞에 선 그녀, 팝의 여왕 머라이어 캐리의 14번째 스튜디오 앨범
[Me. I Am Mariah...The Elusive Chanteuse]


인생이란 기나긴 길을 가다 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나 오르막, 내리막을 겪기 마련이다. 끝 없이 비상하는 시기가 있는가 하면, 한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시기도 있을 수 있다. 1990년 갓 스물 나이에 네 곡의 빌보드 싱글 차트 1위곡을 연속으로 내놓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던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 역시 그런 오르막과 내리막을 겪었다. 소속 음반사 사장이던 토미 모톨라(Tommy Mottola)와 결혼하는 등 신데렐라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내놓는 앨범마다 히트곡을 쏟아내던 그녀였지만, 이혼 후 2천년대에 접어들며 한 때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쇠약으로 입원하기까지 하는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2005년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미미'를 앞세운 앨범 [The Emancipation Of Mimi]를 내놓고 그녀는 화려하게 음악계 전면으로 다시 복귀했다. 이어진 앨범들인 [E=MC²]와 [Memoirs Of An Imperfect Angel]도 성공적이었고, 'Touch My Body'로 18번째 빌보드 핫 100 싱글스 차트 1위를 기록하면서 통산 18번곡의 1위곡을 보유해 비틀즈(The Beatles)의 20곡에 이어 역대 2위의 기록을 세웠고, 솔로 아티스트로는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를 누르고 가장 많은 1위곡을 낸 아티스트가 되었다. 또한 이 시기 출연했던 영화 [Precious](2009)에서의 연기는 합격점을 얻었다. 'Bye Bye' 뮤직 비디오 촬영으로 만난 코미디언 겸 배우 닉 캐논(Nick Cannon)과 결혼 후 2011년 봄에는 쌍둥이를 얻으며 가정적으로도 안정을 얻었다.


2009년 앨범 [Memoirs Of An Imperfect Angel] 그리고 2010년 두 번째 크리스마스 앨범 [Merry Christmas II You]에 이어지는 14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Me. I Am Mariah...The Elusive Chanteuse]는 바로 오르막과 내리막을 겪은 뒤 마침내 안정을 찾은 머라이어 캐리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 음반이라고 할 수 있다. The Island Def Jam Music Group이 Island Records와 Def Jam으로 분리되면서 Def Jam 소속 아티스트로 발표한 이 앨범은 원래 릭 로스(Rick Ross)와 미크 밀(Meek Mill)이 피처링했던 싱글 'Triumphant(Get 'Em)'이 발매된 뒤 이 곡을 포함해 2012년 선을 보일 예정이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2014년 5월 마침내 빛을 보았다. 머라이어 캐리가 오랜 친구이자 랜디 잭슨(Randy Jackson)의 뒤를 이어 매니저가 된 저메인 듀프리(Jermaine Dupri) 그리고 젊은 작곡가 겸 프로듀서 브라이언-마이클 콕스(Bryan-Mychael Cox)와 함께 프로듀싱을 맡은 이번 앨범의 제목 중 'Me. I Am Mariah'는 그녀가 세살 때 그린 그림에 적혀있던 설명이라고 한다. 한편 '찾기 힘든 여가수' 정도로 번역될 'The Elusive Chanteuse'는 과거의 'Mimi' 등과 마찬가지로 머라이어 캐리 본인의 또 다른 자아를 의미하는 별명. 즉 과거와 현재의 자신을 상징하는 제목을 함께 사용함으로써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음반의 성격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머라이어 캐리는 "이 음반은 오늘의 나를 있게 만든 봉우리와 골짜기들을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다. 난 항상 나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라 말하고 있다.


머라이어 캐리는 초기의 팝/R&B 스타일의 음악에서 이혼 직후 발표한 1997년 앨범 [Butterfly]에서부터 힙합을 수용한 음악을 해왔다. 2천년대 들어 R&B와 결합한 힙합 사운드가 차트를 휩쓰는 트렌드를 미리 예상한 발빠른 시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작 그러한 시도는 [Glitter](2001), [Charmbracelet](2002) 등의 앨범이 부진을 겪으며 실패로 끝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The Emancipation Of Mimi]를 통해 14주 연속 싱글 차트 1위에 머문 'We Belong Together'와 'Don't Forget About Us' 등 1위곡을 배출했고 [E=MC²]에서 18번째 1위곡 'Touch My Body'를 내놓는 등 자신만의 힙합 사운드를 정착시킨 바 있었다. 이번 앨범에도 래퍼 나스(Nas)와 웨일(Wale), 패볼러스(Fabolous) 등 힙합 아티스트가 참여하고는 있지만 전체적인 사운드는 팝과 결합한 R&B가 대세였던 초기의 음악으로 돌아가 다시 R&B의 비중이 커진 느낌이다. 여기에 1970년대 R&B 히트곡들을 적절히 샘플링하는 등 복고적인 느낌을 가미한 것도 특징. 아마도 프로듀서로 참여한 로드니 저킨스의 영향력이 발휘된 듯한데 음반의 문을 여는 발라드 곡 'Cry'는 바로 그런 과거의 머라이어 캐리를 떠올리게 만드는 노래이며 또 다른 R&B 발라드 'Faded'에는 머라이어 캐리의 전매특허인 고음역의 코러스가 깔려 있는데 이 역시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는 노래. 도입부와 중간 부분에 나스의 랩이 담긴 'Dedicated'는 우탱클랜(Wu-Tang Clan)의 'Da Mystery Of Chessboxin'을 샘플링하고 있는 작품으로 힙합의 세례를 입은 곡 중의 하나지만 '#Beautiful'은 음반의 발매에 앞서 이미 2013년에 싱글로 발매되어 빌보드 핫 100 싱글스 차트 15위까지 올랐던 곡. R&B/네오 소울 싱어 미구엘(본명 Miguel Jontel Pimentel)이 피처링하고 있다.


7번 트랙 'You're Mine(Eternal)'는 음반 발매에 앞서 세번째 싱글로 커트되었던 곡으로 머라이어 캐리와 로드니 저킨스(Rodney Jerkins)가 함께 만든 R&B 곡이다. 'thirsty'라는 후렴구가 인상적인 'Thirsty'에 이어지는 'Make It Look Good'은 R&B 그룹 오제이스(O'Jays)의 1975년 앨범 [Survive]의 수록곡 'Let Me Make Love To You'가 샘플링되어 있는 곡으로 올디스 R&B 넘버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래퍼 웨일이 피처링한 'You Don't Know What To Do'는 풍성한 스트링 사운드를 덧입히고 여기에 그루브를 더한 독특한 느낌의 노래. 역시 복고적인 느낌이 가미되어 있는 작품이다. 또 다른 R&B 곡 'Supernatural'엔 머라이어 캐리의 두 쌍둥이의 목소리가 삽입되어 머라이어 캐리가 현재 느끼고 있는 행복한 감정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고 묵직한 베이스라인이 동반하고 있는 'Meteorite'는 왕년의 R&B 그룹 템테이션스(Temptations) 출신인 에디 켄드릭스(Eddie Kendricks)의 1976년 앨범 [Goin' Up In Smoke]의 타이틀 트랙이 샘플링되어 있다. 피아노 연주 위에 7인조 합창단의 가스펠 풍 코러스가 뒤를 받치는 어쿠스틱 발라드 'Camouflage'에 이어지는 'Money($*/...)'는 1970년대 디스코/펑크(funk) 뮤지션 에드윈 버드송(Edwin Birdsong)의 'Rapper Dapper Snapper' 등이 샘플링되어 쓰였다. 머라이어 캐리는 발표하는 앨범들마다 익히 알려진 팝 히트곡을 리메이크해왔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의 솔로 데뷔 앨범 [Faith]에 실렸던 'One More Try'를 선택했다. 화려한 기교와 파워가 가미된 보컬을 예상했지만 의외로 이 곡에선 최대한 힘을 뺀 R&B 풍으로 불러주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Heavenly (No Ways Tired/Can't Give Up Now)'는 가스펠 가수 겸 작곡가, 편곡가이기도 하며 현대 가스펠 사운드에 많은 영향을 미쳐 '가스펠의 왕'으로 불리는 제임스 클리블랜드(James Cleveland) 목사(1931-1991)의 명 설교 'God's Promise'의 일부가 삽입되어 있는 가스펠 곡. 머라이어 캐리 특유의 보컬 기교가 발휘되고 있는 곡.


딜럭스 버전에는 스탠더드 버전에 들어있지 않은 R&B 발라드 세 곡이 추가되어 실려있다. 15번 트랙인 'It's A Wrap'은 배리 화이트가 만든 곡으로 1974년 R&B 밴드 러브 언리미티드 오케스트라(Love Unlimited Orchestra)가 발표했던 'I Belong To You'가 샘플링되어 있는데,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가 보컬 피처링하고 있다. 한편 1990년대 음악계를 풍미했던 알 켈리(R. Kelly)가 피처링한 또 다른 R&B 발라드 'Betcha Gon' Know'도 우리 팬들에게는 좋은 반응이 예상되는 곡. 가스펠과 R&B가 혼재하는 맨 마지막 트랙 'The Art Of Letting Go'는 두번째 싱글로 음반 발매에 앞서 발표되었던 발라드 곡. 현과 드럼, 피아노, 베이스 등 음반 수록곡 중 가장 리얼 악기가 풍성하게 사용되어 있는 작품으로 음반의 타이틀 곡으로도 고려되었던 곡이다. 머라이어 캐리와 로드니 저킨스가 송라이터로도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머라이어 캐리의 데뷔 싱글이었던 'Vision Of Love'를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


1990년대 후반 이후 줄곧 힙합에 경도된 음악을 선보여온 머라이어 캐리가 이번 앨범에서는 복고적인 R&B 사운드가 한층 강조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묘하게도 첫 남편 토미 모톨라와의 이혼을 겪으며 힙합 뮤지션들의 교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반면, 재혼과 출산으로 가정적인 안정을 얻고 난 이후 발표된 이번 음반에서는 힙합의 색채를 줄이고 R&B와 가스펠 등을 대거 수용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인생의 굴곡을 겪고 난 뒤 한층 여유로워진 느낌으로 돌아온 머라이어 캐리. 주위의 우려를 깨고 다시 전성기를 되찾았던 전력이 있는 만큼 앞으로의 활동에 큰 기대를 걸어볼 만 하지 않은가?


원용민(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