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tralogía

Yun (강동윤) / 2023.12.06 발매

각기 다른 4개의 이야기들이 하나의 음원에 모였다!

[Tetralogía]

싱어송라이터 ‘Yun’이 네 가지의 독특한 방식으로 랩과 노래를 하여 완성한 음원이 2023년 12월 6일에 발매되었다.

앨범명인 [Tetralogía]는 스페인어로 ‘4부극(四部劇)’, ‘4부작(四部作)’이라는 뜻이다. 이 곡에는 뚜렷한 후렴이 존재하지 않는다. ‘Yun’은 일부러 이 곡에 따로 후렴을 만들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비트를 타는 네 종류의 랩이 소용돌이치도록 곡을 설계했다. ‘Yun’은 네 명의 상이한 래퍼가 싸이퍼 형식으로 랩을 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하여 이 곡에 다양한 엔지니어링 효과를 주었다. 각 파트마다 믹싱과 마스터링을 한 기법도 조금씩은 다르다. 이 곡 전체의 제목은 [Tetralogía]이지만 네 개의 파트 각각에 소제목도 붙어 있다. [Tetralogía]의 앨범 자켓에도 그 제목들이 새겨져 있다.

[1] [거울]
‘Yun’이 붐뱁 비트에 랩을 한 첫 번째 파트의 소제목은 [거울]이다. 이 파트를 처음 듣는 사람들은 이 랩이 무슨 내용인지 짐작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외국어 가사라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Yun’은 이 파트에서 가사를 거꾸로 내뱉어서 랩을 했기 때문이다. ‘Yun’은 일제 강점기의 천재적인 시인이었던 ‘이상(김해경)’의 시 ‘거울’을 모티브로 따와서 이 파트의 가사를 만들었다. ‘Yun’은 띄어쓰기도 하지 않고 시적 허용도 자주 사용하는 ‘이상’의 시를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서 [Tetralogía]의 거울을 제작하게 되었다. 가사를 거꾸로 뒤집어서 랩을 할 수 있는 것은 한국어가 음절 단위로 글을 쓰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거울’을 거꾸로 읽으면 왜 ‘울거’가 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Yun’은 이러한 한국어의 특성을 활용하여 전 세계 최초로 처음부터 끝까지 가사를 뒤집어서 랩을 했다. [Tetralogía]의 앨범 자켓에도 거울이 그려져 있는데 그 안에 ‘거울’이라는 글씨가 좌우 반전되어 새겨져 있다.
‘이상’의 시 ‘거울’은 다음과 같이 변형되어 [Tetralogía]의 [거울]이 되었다. 가독성 및 랩의 플로우를 위하여 뒤집힌 가사에는 띄어쓰기를 했고 문장 단위로 끊지 않았다. 뒤집힌 가사라는 느낌을 주기 위하여 ‘Yun’은 뒤집힌 상태에서 연음 법칙을 적용하고 랩을 했다.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 소없 가리소 는에속 울거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 오이 것을 없참 은상세 한용조 지까 게렇저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 소있 가귀 게 내 도에속 울거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 소있 나개두 가귀 한딱는 듣아 알못을 말내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 오이 잡손왼 는나의속 울거

내악수(握手)를받을줄모르는 -〉 는르모 줄을 받를수악내

악수(握手)를모르는왼손잡이오 -〉 오이 잡손왼 는르모를수악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 는 마료구는 하 못를지보져만 를나 의속 울거는 나에문때 울거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 소 겠했 도라이만기보나만 를나 의속 울거 찌어 가내 들던 었니아 울거

나는지금(至今)거울을안가졌소마는 -〉 는 마소졌가 안을울거 금지 는나

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 소 있가 내의 속을 거늘는 에속 울거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事業)에골몰할께요 -〉 요게 할몰골 에업사 된로외 만지르모 은잘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反對)요마는 -〉 는 마요대반 는 와나 참는 나의속 울거

또꽤닮았소 -〉 소았 닮꽤또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診察)할수없으니 -〉 니으 없수 할찰진 고하 심근를나 의속 울거 는나

퍽섭섭하오 -〉 오하 섭섭퍽 

[2] [흔한 이름]
‘Yun’이 트랩 비트에 랩을 한 두 번째 파트의 소제목은 [흔한 이름]이다. ‘Yun’은 경기도 용인시에 ‘수지구’가 존재하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서현역’이 존재하는 것을 보고 이 파트를 만들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 ‘수지’는 국어사전에 등재된 단어이고, 지명이기도 하고, 유명한 연예인 이름이기도 하다. 심지어 ‘배수지’도 국어사전에 등재되어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낱말인 데다가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는 ‘서수지 나들목’도 존재한다. ‘서현’ 또한 국어사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단어이며, 중국 안후이성 동남쪽에 존재하는 지명이고, 유명한 연예인 이름이다. 만약 자신이 예전에 좋은 감정을 가지고 만났던 사람의 이름이 ‘수지’거나 ‘서현’이라면 그 사람은 의도치 않게 이 흔한 이름들이 보일 때마다 떠나간 그 사람이 생각나서 힘들 것이다. (그런 여러 사람들의 아픔을 대변하기 위하여 이 파트에는 ‘Yun’의 목소리 밑에 저음으로 다른 목소리가 깔려 있다. 저음 목소리도 ‘Yun’의 목소리이긴 하지만 목소리가 여러 개로 들려서 이 파트는 여러 사람이 부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흔한 이름]은 바로 이러한 점을 익살스럽게 풀어낸 재치 있는 파트이다. 가사에 ‘서현’이 등장하는 만큼 [Tetralogía]의 앨범 자켓에도 ‘서현’역의 표지판이 그려져 있다. [흔한 이름]에는 총 198개의 이름이 등장한다. 198개의 이름들은 모두 대한민국에서 흔히 인명으로 쓰이는 이름들이며, 국어사전에 단어로 등재되어 있으며, 유명한 연예인의 이름이거나, 지하철역 이름이거나, 도로명이거나, 연못 이름이다. 이러한 이름들과 조합이 좋은 성씨들이 있다. ‘민영’이라는 이름에 ‘고’라는 성씨가 붙으면 ‘고민영’이 되어서 ‘곰인형’처럼 들린다. ‘소정’이라는 이름에 ‘백’이라는 성씨가 붙으면 식당 이름이 된다. 역사책을 읽다 보면 ‘배수진’이 나오고, 운전하다 보면 ‘서수지’가 나오고, 택배 상자를 열다 보면 ‘송하인’이 나온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다 보면 ‘지은이’가 나오고, 공원을 걷다 보면 ‘채송화’가 나오고, 제주도에 가면 ‘천지연’이 나오고, 여행을 가면 ‘현지인’이 나온다.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간판에서든, TV의 자막에서든, 도서관에서든 ‘배수지’, ‘명승지’, ‘연보라’, ‘유원지’, ‘이슬비’, ‘천송이’, ‘천지인’, 하소연’이라는 단어도 쉽게 맞닥뜨리게 된다. ‘Yun’은 이렇게 많은 이름들을 각각의 어감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플로우를 바꿔가며 읊었다. 많은 이름들이 순식간에 휘몰아치는 부분에서 ‘Yun’의 속사포 랩 스킬을 느낄 수 있다.
‘Yun’은 2017년부터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곳곳에서 흔한 이름들을 수집하고 기록해 왔다. 원래는 198개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이름들을 [흔한 이름]에 가사로 넣으려 했지만 곡의 완성도를 위하여 이름들을 198개로 선별했다. 이 곡을 듣는 당신 주변에도 [흔한 이름]의 가사에 나오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적어도 3명은 있을 것이다.

[3] [MC깡통]
‘Yun’이 래칫 (Ratchet) 비트에 랩을 한 세 번째 파트의 소제목은 [MC깡통]이다. 트렌디한 래칫 비트답게 [MC깡통]의 비트 위에서 노는 ‘Yun’의 랩도 트렌디하다. ‘Yun’은 실제로 랩을 할 때 ‘깡통’이라는 랩네임을 사용한다. 그래서 유튜브 계정 이름도 ‘akakkangtong’이다. AKA는 ‘also known as’의 약어이며 ‘~로도 알려진’이라는 뜻이다. ‘Kkangtong’은 ‘깡통’을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맞게 표기한 것이다. ‘Yun’은 [MC깡통]의 첫 부분에서 엇박으로 랩을 하다가 중간에 정박으로 스타일을 바꾼다. 이렇게 ‘Yun’은 하나의 비트 안에서도 다양한 플로우로 랩을 했다. [MC깡통]의 가사대로 ‘Yun’은 언제나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간다. 남들과 똑같은 방식을 고수하지 않는다. 영어 발음도 모든 사람들이 따라 해서 당연하게 표준 영어 발음으로 받아들여진 미국식 발음을 억지로 따라 하려고 하지 않고 ‘Yun’은 영국식 발음에 가까운 발음을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나만의 길을 나가는 나는 진짜 rapper”라는 가사에서 그 점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이 파트의 첫 가사인 “나는”에는 ‘Yun’의 보이스와 톤을 강조하는 기법이 가미되어 있다. “나는”으로 시작하는 이 파트의 처음부터 “살아 봐”로 끝나는 이 파트의 끝까지 듣다 보면 ‘Yun’의 다채로운 플로우, 스킬, 그리고 명확한 발음을 들을 수 있다. 
[Tetralogía]의 앨범 자켓에도 깡통이 그려져 있고 [MC깡통]이라는 제목이 쓰여 있다. 찌그러진 깡통은 그동안 ‘Yun’이 수많은 풍파를 겪었지만 여전히 건재하고 위풍당당하게 자신만의 길을 나아갈 것임을 상징한다.

[4] [¡Viva!]
‘Yun’이 레게 비트에 랩을 한 네 번째 파트의 소제목은 [¡Viva!]이다. (스페인어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단어 앞에 느낌표를 뒤집어서 쓴다. 이 점도 ‘Yun’이 스페인어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Viva’는 스페인어로 ‘만세’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 파트에 ‘만세’라는 가사가 많이 등장한다. ‘만세’가 무려 15번이나 나온다. [¡Viva!]는 ‘Yun’이 지금껏 만들었던 곡 중 가장 신나는 곡이다. ‘Yun’은 이 파트에서 신명 나는 느낌을 내기 위해 무려 20개가 넘는 ‘만세’와 함성 소리를 내었고 그 소리들을 잘 버무려서 음원이 완성되었다. 작게 속삭이는 소리를 증폭해서 넣은 트랙도 있고, 고음과 고주파에 특별한 효과를 준 트랙도 있어서 이 파트에서는 다양한 데시벨의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외치는 “만세”에서는 ‘Yun’의 탄탄한 고음을 들을 수 있다. [¡Viva!]는 그동안 ‘Yun’이 만들어 왔던 작업물과는 현저히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곡이다. ‘Yun’이 [¡Viva!]에 민요, 타령, 판소리의 느낌도 넣어서 [¡Viva!]는 매우 이질적인 레게 음악이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토속적인 국악 느낌이 나기도 한다. 이 파트에서는 ‘Yun’의 훌륭한 가사 전달력과 자유로운 플로우 및 바이브를 느낄 수 있다. 마지막에는 6분이 넘게 이어진 [Tetralogía]의 성공적인 완료를 축하하는 박수 소리도 들어가 있다.
[Tetralogía]의 앨범 자켓에는 만세를 외치며 양팔을 올리는 사람의 모습이 그려져 있고 [¡Viva!]라는 제목이 쓰여 있다. 요즘처럼 정이 없고 각박한 세상에서 낯을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포용하며 살자는 [¡Viva!]의 핵심적인 메시지가 함축되어 있는 그림이다.

‘Yun’은 4개의 파트들을 각각 다른 곡으로 만들어서 4곡의 음원들을 만들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고 4개의 다른 매력을 가진 하나의 음원으로 만들었다. 앞의 파트에서 뒤의 파트로 전환될 때 나오는 3개의 DJ 스크래치 소리도 모두 다 다를 정도로 ‘Yun’은 각 파트 사이의 이질성을 강조했고, 그렇게나 서로 다른 음악들이 [Tetralogía] 하나로 뭉쳐서 통일성 있는 음악으로 진화하는 기적을 선보였다. [Tetralogía]를 듣다 보면 4개 파트([거울], [흔한 이름], [MC깡통], [¡Viva!])들의 세부적인 매력들이 융합하여 생성된 [Tetralogía]만의 오묘한 전체적인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Credits
Composed by Asoo, Yun
Lyrics by Yun
Arranged by Asoo, Yun
Directed by Yun
Produced by Yun
Vocal Yun
Background Vocals Yun
MIDI Programming Asoo
Recording Engineer John Kim (M.H. Studio)
Mixing & Mastering Engineer John Kim (M.H. Studio)
Artwork 신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