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년, 윤달, 윤일

Yun (강동윤) / 2024.02.29 발매

4년 만에 돌아오는 2월 29일이 돌아왔다!

[윤년, 윤달, 윤일]

싱어송라이터 ‘Yun’이 윤년을 맞은 2024년을 기념하여 [2월 29일]을 2024년 2월 29일에 발매했다!

[윤년, 윤달, 윤일]의 스페인어 앨범명은 [Año Intercalar, Mes Intercalar, Día Intercalar]이다. ‘윤년, 윤달, 윤일’이라는 말을 그대로 스페인어로 번역한 제목이다. 원래 스페인어로 무엇인가를 나열할 때에는 마지막 항목 앞에 쉼표 없이 접속사 ‘y’를 써야 하지만 ‘Yun’은 앨범명에 여운을 주고 감정의 지속성을 유지하고자 일부러 접속사를 쓰지 않았다. [2월 29일]의 스페인어 곡명은 [El 29 de febrero]이다. ‘2월 29일’을 스페인어로 쓴 제목이다.

윤년은 올림픽처럼 4년 만에 한 번씩 돌아온다. 앨범명인 [윤년, 윤달, 윤일]은 윤년인 해의 윤달 2월의 윤일인 29일을 의미한다. ‘Yun’은 2020년 2월 29일에 [2월 29일]이라는 곡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4년 동안 작업하고 [2월 29일]의 발매를 준비해 왔다.


‘Yun’은 가사에 담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2월 29일]에 다양한 엔지니어링 효과를 주었다. 2절에는 “왜 4년마다 내 기억 속으로 돌아오는지”라는 가사가 나온다. 이 가사에서 마지막 음절인 ‘지’의 멜로디가 노래의 중간에서 들리다가 왼쪽에서 들리다가 오른쪽에서 들리다가 다시 왼쪽에서 들리다가 오른쪽에서 들리다가 원래대로 중간으로 돌아와서 들린다. 정말 말 그대로 헤어진 연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메아리처럼 계속 되돌아온다는 의미를 엔지니어링 효과로 표현한 것이다. 이 부분을 듣다 보면 멜로디가 부메랑처럼 들린다고 느껴질 것이다. 음이 앞에서 들리는 것 같다가도 뒤에서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원을 그리듯이 왼쪽과 오른쪽을 오가는 음의 표현 방식은 [2월 29일]에 담긴 감정을 잘 전달해준다. 이러한 기법은 [2월 29일]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들을 수 있다. 신디사이저로 만든 ‘자일러폰(실로폰)’ 소리와 비슷한 디지털 사운드가 왼쪽과 오른쪽을 왔다 갔다 하며 입체적인 음악을 형성한다. 또한 [2월 29일]에는 전체적으로 ‘Yun’의 보이스와 톤을 강조하기 위하여 리버브와 딜레이 기법이 많이 적용되었다. [2월 29일]을 듣다 보면 ‘Yun’의 기발한 아이디어, 독특한 음향 기술, 그리고 독창적인 가사를 들을 수 있다.

‘Yun’은 항상 2번 트랙으로 1번 트랙의 Instrumental(반주)을 수록한다. ‘Yun’의 곡을 듣는 사람들이 ‘Yun’의 노래를 Instrumental에 맞춰서 따라 불러주고 보컬이 들어간 노래에서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요소들을 Instrumental을 들으면서 알아봐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2월 29]일의 Instrumental을 듣고 [2월 29일]을 다시 듣는다면 ‘Yun’이 [2월 29일]의 반주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썼는지 느낄 수 있다. ‘Yun’은 특히나 기타 사운드에 중점을 두었다. 후렴에서 ‘위잉’하는 기타 소리가 보컬을 잘 감싸며 뒷받침해주는데 곡 전체적으로 보컬과 기타의 조화로운 화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처음에 1번 트랙을 들을 때에는 기타 소리가 보컬 뒤에 있어서 잘 들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2번 트랙을 듣고 난 뒤에 1번 트랙을 재차 듣는다면 보컬과 기타와 나머지 악기들이 완벽한 위치에서 서로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어쿠스틱 기타는 전반적으로 거친 느낌으로 연주된다. 이 거친 사운드는 주인공의 거친 감정을 잘 표현해준다.

2절 후렴 이후에는 “이미 깨져버린 유리니 사랑을 채울 수가 없었어”라는 가사가 나온다. ‘Yun’은 이 부분에서 일부러 “유리니”와 “사랑을”을 이어서 불렀다. 그래서 “니 사랑을”이라는 가사처럼 들린다. 이 부분은 “이미 깨져버린 유리니 (너의) 사랑을 채울 수가 없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 ‘Yun’은 의도적으로 두 가사를 붙여서 불렀다. 이 노래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는 “2월 29일 다시 돌아오는 그날까지 행복해”라는 가사가 나온다. “행복”이라는 가사에서 “복”의 전반부까지는 무반주로 불린다. “복”의 후반부에서 피아노와 윈드차임(Wind Chimes)이 반주로 들어오고 “해”라는 가사와 함께 곡이 마무리된다. “복”과 “해”를 하나로 묶는 피아노와 윈드차임 덕분에 노래의 가사가 잘 이어지며 끝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Yun’은 원래 곡의 사운드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Yun’의 이전 작품들인 [작은 존재]와 ‘하늘연달’의 [붙박이별]을 들으면 수많은 백그라운드 보컬들이 쌓여서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루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Yun’은 [2월 29일]에서는 보컬 파트를 담백하게 구성했다. 리듬 악기들과 함께 웅장하게 감정이 터지는 파트에서도 따로 애드리브를 넣지 않았다. ‘Yun’은 메인보컬만으로도 충분히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고 이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보컬이 전달하는 메시지에 집중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2월 29일]에서 ‘Yun’의 훌륭한 가사 전달력을 느낄 수 있다.


[2월 29일]은 다른 노래들과는 달리 바로 노래가 시작되지 않는다. 2초 동안 침묵이 지속되다가 ‘Yun’의 숨소리와 함께 노래가 시작된다. 이 찰나의 침묵은 [2월 29일]의 기대감을 증폭한다. 맨 처음 ‘Yun’의 숨소리는 4년 동안 잊고 지내다가 불현듯 사랑했던 사람이 생각난 주인공의 감정을 나타낸다.

[2월 29일]의 주인공은 윤년 2월 29일에 사랑하는 사람을 처음 만났었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사람과 이별했다. 그렇게 주인공은 그 사람을 4년 동안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윤년이 돌아온 해에 문득 그 사람 생각이 났다.

그 후로는 2월만 되면 그 사람이 생각난다. 윤년, 윤달, 윤일은 4년에 한 번 (서력 기원 연수가 4와 100으로 나누어 떨어지는 해는 제외) 돌아오지만 주인공은 매년 그 사람 생각이 난다.

[2월 29일]의 후렴은 권태기에 접어든 연인의 상황을 나타낸다. 주인공과 주인공이 사랑하는 사람은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생각했다. 둘의 관계는 결국 쉽게 깨지는 유리컵처럼 깨져버렸고 컵 안에 있던 물이 쏟아지듯이 둘의 눈물이 쏟아져서 깨진 컵 밑에는 두 사람의 눈물 자국만 남았다. 컵 안에 담겨 있던 사랑은 증발해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매년 그날 기념일이 돌아오는 다른 연인들과는 다르게 주인공과 주인공이 사랑했던 사람의 기념일은 4년에 1번 돌아온다. 주인공이 그랬듯 잠시나마 연인을 잊을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4년 뒤에 또 그 사람이 생각날 것이다. 4년에 1번 올림픽이 돌아오듯이 이 둘의 기념일도 4년마다 주인공의 기억 속으로 돌아올 것이다.

안타깝게도 주인공은 오래 지속되는 연애를 하지 못했다. 주인공과 주인공이 사랑하는 사람이 만난 2월 29일 이후 오래되지 않아서 유리컵에 금이 가듯 두 사람의 관계에도 회복할 수 없는 금이 갔다. 이미 깨져버린 유리니 더 이상 컵 안에 사랑을 채울 수 없었고 채우더라도 갈라진 틈 사이로 물처럼 투명한 사랑이 새어 나갔다. 아무리 마음을 줘도 부서진 컵은 다시 채워지지 않았다.

이제 주인공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한때는 정말 사랑했지만 헤어진 그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이제 주인공은 4년 후 또다시 윤년, 윤달, 윤일이 돌아오기 전까지만이라도 그 사람을 잊으려고 한다. [2월 29일]의 주인공은 “2월 29일 다시 돌아오는 그날까지 행복해”라고 말하며 노래를 마무리 짓는다. 윈드차임과 여운을 남기면서 사라져 가는 잠깐 동안의 침묵과 함께 [2월 29]일이 끝맺어진다.


[2월 29일]의 앨범 자켓에는 오늘이 2월 29일임을 나타내는 달력이 있다. 365장의 종이가 있는 평상시의 달력과는 달리 윤년의 달력에는 2월 29일을 표시하는 날짜가 적힌 종이가 한 장 더 있어서 총 366장의 종이가 있다. 그중 특별한 하루가 바로 윤일인 2월 29일이다. 윤달인 2월은 열두 개의 달 중 유일하게 29일까지 있다. 앨범 자켓에 있는 달력은 ‘Yun’의 앨범 [윤년, 윤달, 윤일]이 2020년 2월 29일에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4년의 제작 기간을 거친 후 마침내 2024년 2월 29일에 발매되었다는 사실을 상징한다. (‘Yun’은 이름이 ‘윤’인 만큼 ‘윤’자가 들어가는 말을 좋아한다. ‘Yun’의 1인 프로듀싱 밴드의 이름도 ‘하늘연달’인 만큼 ‘달’자가 들어가는 말도 좋아한다. 이것 또한 [윤년, 윤달, 윤일]이 만들어진 이유 중 하나이다. ‘Yun’은 ‘달’이라는 말이 주는 부드러운 말맛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윤월’ 대신 ‘윤달’이라는 말을 채택하여 [윤년, 윤달, 윤일]이라는 앨범명을 지었다.)

책상 위에 있는 금이 간 유리컵은 [2월 29일]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소품이다. 깨진 컵 밑에는 물 자국이 있는데 그 자국은 다름 아닌 이별한 사람들의 눈물이다. 금이 가서 깨져버린 물 잔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이 뒤에 있는 인물들의 감정에 투영되어 눈물이 된다. 신기하게도 컵이 깨져서 구멍이 크게 뚫렸지만 컵 안에 차 있는 물은 콸콸 쏟아져 나오지 않는다. 이것은 [2월 29일]의 주인공이 사랑을 잃지 않으려고 눈물을 꾹 참고 있는 것을 함의한다. 그러나 차마 그 슬픔을 모두 억누르지는 못하고 책상 아래로 눈물 한 방울이 분출되어 떨어지는 모습은 [2월 29일]의 처절한 감정을 증폭한다.

책상 뒤의 남자 1명과 여자 1명은 2월 29일에 처음 만나서 연애를 한 이후 헤어진 상태이다. 앨범 자켓에서 드러나다시피 각 인물들은 과거에 같은 공간에 있었을 때에도 서로 다른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고, 현재 생활하고 있는 시간대와 공간도 다르다. 그리고 인물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도 서로 다르다. 인물들 뒤에는 창문이 있는데 그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도 굉장히 상이하다. 두 인물은 헤어진 후 시간이 흘러서 4년 뒤에 윤일을 맞았다. 현재는 서로 다른 곳에서 4년 전의 깨져버린 관계를 바라본다는 뜻이 앨범 자켓에 담겨 있다. 서로 대비되는 공간과 시간대가 정방형의 앨범 자켓에 함축적으로 드러난다. 두 인물들이 놓여 있는 서로 다른 색감의 배경, 그런 배경들이 주는 서로 다른 느낌, 그리고 깨진 유리컵은 4년 만에 돌아오는 2월 29일에 한 이별을 암시한다.

컵 안에 담겨 있는 물은 두 사람의 사랑이기도 하다. 컵이 넘칠 만큼 아무리 사랑을 가득 컵 안에 채워도 사랑은 결국 깨진 유리 사이로 밖으로 흘러 나가고 눈물이 되고 증발해버린다. 어떻게든 사랑을 유지하려 사랑의 외형인 유리컵만이라도 버리지 못하고 남겨 놓아도 이미 유리컵이 깨져서 외형이 파괴되었으므로 사랑이 채워질 수 없다. 이미 엎지른 물이고 이미 깨져버린 유리일 뿐이다.


‘Yun’은 2020년 2월 29일부터 4년 동안 [윤년, 윤달, 윤일]을 준비해 왔다. 4년 만에 세상에 공개된 [2월 29일]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윤년인 해마다 회자되기를 바란다. (그레고리력의 윤년 규칙에 의하여 8년 후에 윤년이 돌아오는 연도도 있지만 매년 2월마다 [2월 29일]을 생각하며 ‘Yun’의 음악을 들어도 좋을 것이다.)

‘Yun’은 2023년 12월 6일에 발매된 앨범인 [Tetralogía]부터 웹드라마 ‘미녀’에 음악 감독으로 참여한 ‘Asoo’와 함께 작업을 해오고 있다. ‘Yun’은 2024년에도 Asoo와 협업하여 3곡을 더 발매할 것이다. 2024년에는 ‘Yun’이 데뷔 10주년을 맞는다. 2014년 [A Person Of Light]부터 2024년 [윤년, 윤달, 윤일]까지 18개의 앨범과 22곡을 발매하며 꾸준히 앨범들을 발매해온 ‘Yun’은 앞으로도 근면히 앨범을 제작하고 음원을 발매할 것이다.


Credits
Composed by Yun
Lyrics by Yun
Arranged by Yun, Asoo
Directed by Yun
Produced by Yun
Vocal Yun
Background Vocals Yun
MIDI Programming Asoo
Recording Engineer John Kim (M.H. Studio)
Mixing & Mastering Engineer John Kim (M.H. Studio)
Artwork Jeane 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