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be It's Cold

태평 / 2025.03.12 발매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하는 뮤지션에게 투잡(Two Job)이란 불가피한 상황일 것이다. 음악을 하면서 발생하는 부가 비용들을 충당하기엔 스무 살 초반을 스쳐 지나가는 청춘들은 너무나도 어리기 때문이다. 늦은 시간까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쉬는 일 없이 '남들 잘 때 작업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도 하다. 누군가의 가사를 인용하자면, '알바와 음악 사이의 밸런스'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 이는 데뷔 믹스테이프 [Maybe It's Cold]를 세상에 내놓을 준비를 마친 래퍼 '태평'에게도 동일했다.

5곡 분량의 앨범을 듣다 보면, 가진 것 하나 없는 무(無)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래퍼 지망생 김호진에서 어느샌가 세상을 향해 뎀프시롤을 휘갈기며 도깨비시장을 벗어나 힙합씬으로 첫 발자국을 내딛는 태평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제목 [Maybe It's Cold]에서 알 수 있듯, 본인의 처지인 '아마추어'를 변형해 영어로 직역해낸 재치는 앨범분위기 전체를 관통한다. 특히 타이틀곡 〈도깨비시장키드〉는 커리어 시작을 앞둔 예술가뿐 아닌 사회 초년생 모두에게 공감을 받아낼 만한 유머스러우면서도 씁쓸한, 블랙 코미디적인 성격이 돋보인다. 더불어 앨범에 존재하는 캐나다 유학 후 무작정 한국에 돌아와 꾸준한 성장을 이룩하고 있는 래퍼 '던밀스'의 이름은 휴학생 김호진이 아닌 래퍼 태평으로서의 시작과 꽤나 맞닿아 보이기까지 한다.

던밀스 피쳐링 이외에 태평이 소속된 힙합 크루 '럼퍼스룸(Rumpus Room)'의 두 멤버인 '오얏 정(Oyat Jeong)'과 '윕(WIP)'의 피쳐링도 눈에 띄는 지점이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함께 래퍼를 꿈꾸기 시작해 어느덧 정식 데뷔를 기다리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그들이기에, 두 사람이 써 내려간 진정성 있는 가사는 본 앨범의 몰입을 돕는다.

음악을 하는 모든 이들에겐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왔던 시절이 있다. 그리고 그 시절을 지나온 모든 이들에겐 성공에 대한 야망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Maybe It's Cold]는 그러한 감정을 상기시켜 준다. 추운 겨우내 한 몸 녹이지 못한 채 작업과 알바에 급급했던 아마추어를 거쳐, 따뜻한 봄을 맞이함과 동시에 음악으로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그리는 태평의 시작에 박수를 보낸다.

- 힙합 에디터 윤재빈, Riddler

Credit

1. NOTHING (feat. Oyat Jeong)
작곡: 태평
작사: 태평, Oyat Jeong
피쳐링: Oyat Jeong




2. 550 (feat. WIP)
작곡: 태평
작사: 태평, WIP
피쳐링: WIP

3. 도깨비시장키드
작곡: 태평
작사: 태평

4. 브루스 웨인 (Prod. Don Mills)
작곡: Don Mills, 태평
편곡: 태평
작사: 태평

5. 뎀프시롤 (feat. Don Mills)
작곡: 태평
작사: 태평, Don Mills
피쳐링: Don Mil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