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언제나 목 마르다
Choehaesun / 2025.05.12 발매
네온사인 아래에서 멋 부리다 추워서 후드 뒤집어쓰는 블루스,
비 오는 날 창가에 남겨진 커피 얼룩처럼 안 지워지는 뭔가,
무전기 너머로 들려오는 잡음 같은 연애사,
낡은 LP판 위를 맴도는 지직거리는 기타 리프와 반복되는 내 패턴,
창문 너머로 번지는 멀리서 온 사이렌 소리 “내 심장도 좀 실어가 줘”,
한밤중 자판기 앞에서 지갑을 뒤지며 커피보다 돈 없는 게 더 쓰다고 생각하는 순간,
가로등 불빛 아래 길게 늘어진 그림자처럼 길어지는 한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오래된 발라드가 내 마지막 연애보다 최신곡이라는 사실,
미지근한 위스키 미지근한 연애 미지근한 인생 그래도 얼음 넣긴 귀찮아,
번화가를 빠져나와 막차를 기다리며 “택시 타면 3일 굶어야 되는데” 하고 계산하는 밤, 택시 뒷좌석에 남겨진 향수 냄새에 “누군가의 인생은 참 달달하네” 하는 생각,
어둠 속에서 깜빡이는 전자시계 숫자를 한 시간째 보고 있는 눈,
마지막 문장을 적고도 끝나지 않는 편지 “보낼 일도 없으면서 왜 이러냐” 싶은 마음,
바텐더가 묻지 않고 따라주는 술처럼 말 안 해도 아는 사람과 말 안 해도 외로운 사람,
귀가 울릴 정도로 조용한 새벽에 갑자기 들이닥치는 과거의 흑역사들.
아 외로운 불쌍한 인간들이여 측은하여라.
당신들을 위한 최해순, 김오키, 정수민의 포비트 발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