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Son
Nas / 2002.12.21 발매
같은 뉴욕 출신이고 둘 다 정상급 랩 스타라는 점에서 나스와 제이 지는 즐겨 비교되어 왔다. 나스가 이번 앨범을 [God's Son]이라 이름 붙인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그가 바로 비기(Biggie)의 적자(嫡子) 임을 선포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03 Bonnie & Clyde' 만큼은 아니지만 나스 역시 싱글 'Made You Look'으로 승승장구 중이어서, 션 카터(Sean Carter)의 위트 넘치는 플로(flow)와 라이밍(rhyming)과 나지르 존스(Nasir Jones)의 자아성찰 랩 가사 사이에 벌어진 대결이 이번만큼 팽팽하고 막상막하인 상황에 이른 적은 없었던 듯 싶다. 나스 팬들이 좋아할 만한 사색적 가사가 알케미스트(The Alchemist)가 프로듀스 한 'Book Of Rhymes'에 들어 있다. 다락 벽장 안에서 오래 전에 써 두었던 랩 가사 노트를 발견했다는 뻔한 설정이기는 하지만.
1994년의 데뷔 앨범 [Illmatic]과 2001년의 근작 앨범 [Stillmatic]에서 맛 뵈기에 그쳤던 올드 스쿨 힙 합으로의 회귀가 본 앨범을 통해 상당히 구체화된 점이 또한 기특하다. 오프닝 트랙 'Get Down'이 그 좋은 예가 된다. [Lost tapes]가 출시된 지 채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만나보는 신작인지라 과거의 영화와 비교도 되고 또 우려도 컸을 테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우에 지나치지 않았다. 작고한 어머니 앤 존스(Ann Jones)에게 바치는 헌사 'Dance'도 애틋함이 전해오는 좋은 트랙이다. 하지만 칭찬은 여기까지면 족하다. 제 아무리 에미넴이 수록곡 'The Cross'를 프로듀스하고, 켈리스(Kelis), 앨리샤 키스 등이 게스트 보컬로 참여했다 한들 무엇하겠는가? 투팍과 함께 한 어쿠스틱 힙 합 넘버 'Thugz Mansion'은 불행히도 곡 자체는 너무나 훌륭하게 완성되어 있다. 구태여 어린이 합창 파트를 집어넣고 한 술 더 떠 베토벤(Beethoven)의 '월광 소나타' 멜로디 파트를 삽입한 'I Can'은 제이-지의 'Hard Knock Life'를 지나치게 의식한 듯 보인다. 한정판에만 실린 보너스 트랙 'Pussy Kills'는 성 차별적 가사를 담고 있다. 절반의 성공에 그칠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