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ce With My Father
Luther Vandross / 2003.06.10 발매
정규 앨범으로는 13번째가 되는 [Dance With My Father]는, 대중적인 기조 아래 신선함과 중후함의 조화를 지향하는 그의 노력이 정점에 올랐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루더는 특히 업템포 성 트랙들을 래퍼들과 작업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다시 한 번 보였는데, 훨씬 더 유연해진 그의 리듬 감각은 각각 폭시 브라운(Foxy Brown) 그리고 퀸 라티파(Queen Latifah)와 작업한 'If It Ain't One Thing'과 'Hit It Again'에 고스란히 배어나고 있다. 래핑과 보컬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신 진일보된 사운드 메이킹이 그와 같은 약점을 커버해 주고 있다.늘 그랬듯 그의 작품집을 지탱하는 축은 무드 만점의 소울 발라드다. 첫 싱글 'Dance With My Father'는 일곱 살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영혼으로나마 느껴보고 싶다는 담담한 감정처리가 눈물샘을 자극한다. 로버타 플랙과 도니 해더웨이(Donny Hathaway)가 불렀던 'The Closer I Get To You'는 솔로 행보를 나선 비욘세(Beyonce)와의 산뜻한 듀엣으로 재 탄생했고, 여가수들과의 합작으로도 유명한 그의 명성을 새삼 증명해 보이고 있다. 같은 미드 템포 스타일일지언정, 앨범에는 사랑의 아픔을 담은 'If I Didn't Know You Better'와 'Apologize' 같은 애절한 곡과 함께 'Think About You'와 스티비 원더의 하모니카 연주가 담긴 'Once Were Lovers' 같은 포근한 곡이 공존하고 있다. 팝/컨트리 스타 케니 로저스의 1999년 히트곡을 재해석한 'Buy Me A Rose'는 소박한 곡 전개와 솜사탕 같은 루더의 보컬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환영받을 법 하다.1990년대부터 시작된 그의 컨템포러리 재즈 지향적인 트랙들은, 오랜 세월을 함께 한 마커스 밀러(Marcus Miller), 냇 애덜리 주니어(Nat Adderly Jr.)가 참여한 'She Saw You', 'They Said You Need Me'에서 엿볼 수 있다. 이들 셋은 빌 위더스(Bill Withers)의 'Lovely Day' 리메이크에 버스타 라임스(Busta Rhymes)의 랩을 실으며, 트렌디 R&B 적인 요소까지 담아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여성 코러스의 화음이 긴장감을 안겨주는 'Right In The Middle'은 과거 그가 즐겨 시도하던 기승전결 확실한 전형적인 파워 발라드다.혹자는 루더의 음악이 단순히 발라드라고 치부하기도 하고, R&B가 유행인양 생각하고 덤비는 신진 세력들의 음악과 비교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똑같은 사랑 노래를 부를지라도 통속적인 사랑 타령들에 머무르기를 거부하는 특유의 가사 세계와 탁월한 가창력을 빌어 표현되는 드라마틱한 감정이입이 있다. 여기에 끊임없는 창작욕으로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고 있기에, 그는 지난 23년간 '최고의 남성 R&B 가수' 라는 타이틀을 계속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쪼록 앨범의 성공에 힘입어, 다시금 삶의 의지를 보여준 루더가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oimusic 2003년 07월 박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