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ginning
Black Eyed Peas / 2010.11.29 발매
전작 The E.N.D. 기록적인 성공으로 독보적인 일렉트로닉 힙합 그룹의 자리에 선
The Black Eyed Peas의 새 앨범 [The Beginning]
디럭스 버전
영화 '더티 댄싱'의 주제가 샘플링,
주어진 순간을 즐겨라 라고 외치는 B.E.P의 행복한 찬가 [The Time (Dirty Bit)]
발매와 동시에 국내 디지털 차트 1위 기록!
클럽 튠의 신성, DJ 데이비드 게타가 참여한 [The Best One Yet]
디스코의 전설 쉭(Chic)의 'My forbidden Lover'를 차용한 [Fashion Beats]등
스탠다드 버전의 12곡 + 보너스 3곡, 총 15곡 수록.
빌보드를 갈아엎은 2009년 최고의 히트 상품, 그리고 새로운 시작(The Beginning)!!
2009년 최고의 히트 상품은?
물론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범위로 해도 말이다.
IT는 아이폰, 영화는 아바타, 음악은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 아닐까?
블랙 아이드 피스는 빌보드 역사상 전무했던 26주 연속 1위'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달성했다.
1년의 절반을 고스란히 독식했단 이야기인데, 과연 앞으로도 이런 기록이 나올까?
나온다면 그 역시 월드 스타, 내지는 상상 이상의 돈방석에 앉게 될 것이 분명하다.
블랙 아이드 피스는 작년 한 해 무려 578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정점의 성공 뒤에는 내리막에 대한 우려가 있는 걸까? 그룹은 성공 직후 해체설에 시달렸다.
'레이다온라인닷컴'은 퍼기(Fergie)가 조쉬 더하멜(Josh Duhamel)과의 결혼 후
가정에 신경 쓰기 위해 활동을 중단할 것을 고려하고 있으며,
윌.아이.엠(Will.I.Am)과의 사이가 나빠져 "그와 더 이상 활동하지 않겠다"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름이 밝혀졌다.
이 앨범 [The Beginning]이 지금 우리 눈앞에, 그리고 당신의 손에 들려 있기 때문이다.
앨범 제목도 '시작'이다. 여기에 끝을 향한 두려움은 없다.
[The E.N.D]의 작년 활약상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이 앨범은 수치와 기록만으로도 너무나 역사적이기 때문이다.
일단 앞서 언급한 빌보드 차트 26주간 1위가 있다. 'Boom Boom Pow'로 12주,
'I Gotta Feeling'으로 14주를 정상에 섰다.
12주가 되었을 때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16주 기록을 깰 수 있을까 초유의 관심을 모았지만
그룹은 더 엄청난 기록으로 실패를 설욕했다.
자신의 노래를 갈아치우고 다음 싱글로 14주간 1위를 한 것이다. 'Imma Be'도 역시 1위를 했으며,
'Meet Me Halfway'(7위), 'Rock That Body'(9위)까지 합쳐 모두 5개의 Top 10 싱글이 배출되었다.
이는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차트에만 신기록이 세워진 것이 아니다.
'I Gotta Feeling'은 음원 서비스가 시작된 이래 최초로 600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진짜 놀라운 것은 음악적인 부분에 있었다. 한국에서 이들의 메가톤급 히트를 두고서
"이해가 안 된다"고 의아해 하던 사람들이 많지 않았나?
이들의 음악은 팝의 정형화된 히트 공식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Boom Boom Pow'는 얼핏 들으면 클럽 리믹스처럼 들린다.
'휑'한 느낌이 드는 2분 가량의 랩 파트가 지나고 뚜렷한 화성적 후렴구 없이 반복적인 리듬과
오토튠 변형 목소리만이 들린다.
전통적인 팝 팬이라면 클럽 음악에 맹목하는 우중들이 저지른 촌극 정도로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어떤가? 음악계는 바뀌었고 새로운 파격의 형식들이 빌보드를 새로운 히트 게임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히트의 법칙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일화 하나.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가 자신의 토크쇼 시즌 24 개막에 맞춰 깜짝 놀랄 퍼포먼스를 준비했는데,
그건 시카고의 한 거리에서 자동차들까지 통제해가며 2만 명 규모의 플래시 몹을 만드는 것이었다.
결과는 성공. 사상초유의 이 게릴라 콘서트를 이끌었던 헤드라이너는 바로 블랙 아이드 피스였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그들의 'I Gotta Feeling' 이 있었다.
"실험적인, 그리고 우리가 과거에 좋아했던 노래들을 데려와 미친 비트에 실어 플레이하는"음악
차기작에 대한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발표는 올해 6월에 'The Big Issue'를 통해 처음 발표되었다.
하지만 기초적인 곡 작업은 이미 2009년 월드 투어 때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투어를 돌면서 그룹이 가장 많이 경험했던 것은 디제잉이었다고 한다.
공연이 끝나면 파티에 초청받았고, 그들은 댄스 음악과 클럽의 밤에 도취되어 살았다.
이런 경험과 주변 상황은 신보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The Beginning]은 정확히 전작의 연장선에 있다.
'Boom Boom Pow'가 팝의 전형적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나 듣기 힘들었다고 토로한 사람이라면
이번 앨범 역시 듣기가 고역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전작들을 통해 새로운 형식들에 적응된 사람들이라면 본작에서 역시
똑같은 강도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첫 싱글 'The Time(Dirty bit)'는 클럽에서 디제이 셋으로 공연하는 순간을 그대로 음반으로 옮겨온 듯한 곡이다.
클럽의 생생한 분위기와 팝 멜로디를 이상적으로 조화시키느라 노력하기보다는 클럽을 그대로 옮겨왔다.
여기엔 플로어의 법칙이 통하지 악보의 전통이 통하지 않는다.
빵 터질 듯 고조시키다가도 곧바로 비트의 독주로 넘어간다.
그렇다고 'The Time'이 이전의 팝과 완전히 단절한 것은 아니다.
이 곡에 샘플링되어 삽입된 멜로디는 빌 메들리(Bill Medley)와
제니퍼 원스(Jennifer Warnes)가 부른 것으로 유명한 '더티 댄싱'의 주제가 '(I've had) The Time Of My Life'다.
달콤하고 익숙한 선율이 자칫 산만해질 수 있는 곡 분위기의 집중도를 높인다.
솔로 앨범들에서 충분히 증명된 퍼기의 수준급 가창력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원곡의 작곡가인 프랑케 프리바잇(Franke Previte)은 완성된 노래를 들은 뒤 감탄의 찬사를 날렸다.
"이 노래가 세대를 초월한다는 것을 나에게 확인시켜주었다.
블랙 아이드 피스보다 이 노래를 쿨하고, 엣지 있게 녹음할 수 있는 그룹은 없을 것이다."
윌.아이.엠은 [The Beginning]을 가리켜
"실험적인, 그리고 우리가 과거에 좋아했던 노래들을 데려와 미친 비트에 실어 플레이하는"앨범이라고 표현했다.
수록 곡들은 이 공식에 그대로 따른다.
고전들을 샘플링하고 그 위에 우리 시대의 비트를 얹었다.
'Fashion Beats'는 디스코의 전설 쉭(Chic)의 'My Forbidden Lover'를 차용했다.
'Light Up The Night'는 래퍼 슬릭 릭(Slick Rick)의 'Children's story'를 사용했다.
'Love You Long Time'에선 80년대 뉴웨이브 팝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대부분의 곡은 윌.아이.엠의 주도 하에 만들어졌지만 스타급 동료 프로듀서들의 참여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지난 [The E.N.D]의 공동 프로듀서이자 스스로 역시 클럽 튠의 신성이기도 한
데이비드 게타(David Guetta)가 'The Best One Yet'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의 켈리 로울랜드(Kelly Rowland)가 피처링한
'When Love Takes Over'로 유럽 댄스 차트는 물론 국내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모은 바 있다.
로드니 저킨스(Rodney Jerkins)도 'Just Can't Get Enough'에 재능을 빌려주고 있다.
[The Beginning]으로 제목을 지은 이유는 '시작'이란 말이
"지금 당장 세상 속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새로운 기술들에 의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은 항상 새롭기에 그것은 항상 시작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The Beginning]은, 항상 신선한 사운드와 신기술을 밀어붙이는, 새로운 것을 향한 우리의 출발이다.
우리가 만들어온 모든 것들을 얼른 들려주고 싶다."윌.아이.엠의 말이다.
블랙 아이드 피스는 1995년 결성되었다.
3년의 준비 끝에 완성된 98년 [Behind The Front]가 그들의 공식적인 첫 앨범이다.
하지만 그룹의 역사는 엄밀히 말해 더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그룹의 주축인 윌.아이.엠과 애플 딥(apl.de.ap)은 원래
애트반 클란(Atban Klann)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던 오랜 동료다.
88년 만나 결성한 힙합 팀으로, 닥터 드레(Dr. Dre), 아이스 큐브(Ice Cube) 등이 소속된
루슬리스(Ruthless) 레이블과 계약해 전도유망한 미래를 약속받지만
폭력적이고 살벌한 분위기의 갱스터 랩의 유행 속에서 긍정적이고 평화를 추구하는 메시지를 추구해
소위 말해 '왕따'가 되었다.
그룹은 심지어 레이블에 의해 방치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는데,
앨범도 내지 못하고 억울한 대우를 당하자 그룹이 스스로 나서 새 멤버 타부(Taboo)를 영입하고
이름을 블랙 아이드 포즈(Black Eyed Pods)로 바꾼다.
이것이 블랙 아이드 피스의 전신이다.
'포즈'를 '피스'로 바꾼 뒤 1998년에 [Behind The Front], 2000년에 [Bridging The Gap]을 발표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렇다 할 대중적 반응은 없었다.
2010년 월드 스타로 떠오른 뒤에 타부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지금처럼 전 세계를 여행하며
공연장을 꽉꽉 채우며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왜냐면 그들은 한때 지독히도 히트곡이 없었던 언더그라운드 힙합 그룹이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퍼기가 영입되면서부터였다.
와일드 오키드(Wild Orchid) 출신의 홍일점 퍼기는 그룹의 색깔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룹은 훨씬 주류적으로 세련되어진 3집 [Elephunk"]의 'Where Is The Love'를 기점으로
전 세계적 인기를 얻는 데에 성공한다. ''Where Is The Love'는 빌보드 싱글 차트 8위를 차지했고,
영국에서는 1위에 올랐다. 이후로는 승승장구였다.
차기작 [Monkey Business]는 이전을 훌쩍 뛰어 넘는 1천 만장의 판매고를 올렸고,
[The E.N.D]는 세간을 깜짝 놀라게 할 26주 연속 1위'대기록을 세웠다.
그룹은 한국과도 인연이 많다.
2006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첫 내한한 이후로 친해져 2007년엔 단독 공연까지 치렀다.
윌.아이.엠이 피처링한 니키 미나즈(Nicki Minaj)의 'Check It Out'뮤직비디오엔 한글이 사용되어 화제가 일었고,
그는 투애니원의 미국 진출 앨범 프로듀싱을 맡기도 했다.
유독 한국 사랑이 가득한 이들, 새 앨범 투어 때도 혹시 이곳에 방문해줄지?
대중음악평론가 이대화([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