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Pepper
남성/솔로
Art Pepper (아트 페퍼) 미국 색소폰 연주자
아트 페퍼에게 본격적인 프로연주자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곳은 그 당시 웨스트코스트 재즈를 이끌고 있던 스탄 켄톤(Stan Kenton) 악단이었다. 스탄 켄톤과의 만남은 43년부터 46년 사이 군복무 시절을 제외하고 52년 첫 데뷔작 [Surf Ride] 를 발표하기 전까지 지속되었다. 그의 자서전인 [스트레이트 라이프(Stright Life)]에서는 스탄 켄톤 악단과 함께 연주했을 때를 매우 행복한 시절로 술회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끊임없이 그를 괴롭히던 마약의 손길이 미치지 않았었고, 음악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을 키워나가던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52년은 페퍼에게 있어서 음양이 교차한 해였다. 첫 솔로데뷔작을 발표하고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지만, 마약으로 인하여 첫 수감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한번 마약에 빠진 후로는 수년간 뚜렷한 활동을 보이지 않았으나, 56년 쳇 베이커(Chet Baker) 와 함께 발표한 연작 [The Route] 와 [The Playboys] 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며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다.
이어서 그는 왕성한 활동을 통해 훌륭한 앨범으로 평가받는 [Modern Art]와 [The Artistry of Pepper] 을 발표하였고, 57년도에는 재즈 역사에 길이 남을 명반인 [Meets The Rhythm Section]을 공개하게 된다. 당시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에서 리듬라인을 형성하고 있던 피아니스트 레드 갈란드(Red Garland) 와 베이스의 명인 폴 챔버스(Pual Chambers) 그리고 드러머 필리 조 존스(Philly Joe Jones)는 당대 최고의 리듬섹션이라는 명성을 얻고 있었다.
이들과 함께 펼친 연주는 아트 페퍼의 뛰어난 기량과 더불어 그의 따스한 감성이 녹아있는 명연이었으며, 고장난 색소폰으로 연주한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트 페퍼의 왕성하던 음악활동은 약물중독으로 인해 2년간의 공백기를 맞게 되었으나, 59년 다시 재기하여 발표한 [Plus 11] 과 [Getting Together]는 더욱 성숙해진 연주력과 창의성으로 다듬어진 작품이라는 평을 얻었다. 음악적인 성숙과는 다르게 그의 약물중독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었고, 급기야는 산 퀴엔틴 감호소와 시나논 병원을 드나들며 무려 15년이라는 기나긴 공백기간을 갖게 된다. 연주자로의 생명은 끝이 난 것처럼 보였지만, 지극 정성으로 돌봐준 부인 로리(Laurie)의 사랑과 음악에 대한 페퍼의 열정으로 15년의 공백을 뛰어넘어 다시 한번 재기하는데 성공한다.
75년 [I'll Remember April]을 시작으로 후반기의 수작들을 연이어 발표하게된다. 76년에는 [Living Legend]와 [On Road] 그리고 [The Trip]등을 내놓으며, 활발한 라이브 연주를 병행하였다. 이 시기의 음악적 특징은 무엇보다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 의 영향을 깊게 받아들인 점이다. 데뷔당시 찰리 파커(Charlie Parker)의 비밥(Be-Bop)스타일을 토대로 펼친 연주와는 뚜렷한 대비를 보여 주었으며, 음악적 기량보다는 정신적인 깊이에 더 치중했음을 느낄 수 있다. 76년도 작품인 [The Trip]에서는 이러한 점을 반영하듯 존 콜트레인과 함께 수많은 명연을 펼친 드러머 엘빈 존스(Elvin Jones)를 참여시켜 한층 깊이 있는 창조적인 연주를 들려주었다.
아트 페퍼는 자신에게 찾아온 제2의 전성기를 왕성한 라이브 활동을 통해 펼쳐나갔다. 77년에는 일본을 방문하여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고, 이후 뉴욕 빌리지 뱅가드에서의 빛나는 연주는 앨범으로 발매되어 사후에도 많은 재즈팬들의 심금을 울리는 실황연주의 명반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78년에 발표한 [Among Friends]는 그의 후반기를 대표하는 작품중의 하나로 꼽힌다. 웨스트코스트 재즈가 가지고 있는 따스한 감성과 여유로움을 밝고 우아한 톤으로 표현하였으며, 삶에 대한 애착이 여느 시절보다 더 절실히 드러나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처럼 삶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며 음악에 온 정열을 쏟아 부었던 아트 페퍼는 1982년 6월1일 약물중독으로 생긴 후유증으로 인한 뇌출혈로 치열했던 56년 동안의 삶을 마감하였다.